이 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도 대상자 중 한 명. 그는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뒤 16, 17대 국회의원을 내리 하고 있어 1998년 7월부터 8년째 장기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김 의원처럼 17대 국회의원이 돼 휴직을 한 교수는 여야 모두 24명. 현직 장관과 청와대 보좌진 가운데도 9명이 휴직 교수다. 이들은 대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008년 5월 말까지 휴직을 한 상태다.
문제는 교수들의 정관계 진출과정에서의 휴직과 자동복직에 따른 부작용이 각 대학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제주 탐라대는 한 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대학 출판미디어학과의 유일한 전임교수인 열린우리당 김재윤(金才允) 의원이 휴직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기존 학생 20명을 구제하기 위해 시간강사를 구해 졸업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 배재대의 경우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모 교수의 복직을 놓고 교수간에도 공방이 뜨겁다. 정 교수는 2002년 지방선거와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휴직을 반복했고,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은 “마음이 늘 ‘콩밭’에 가 있는 사람이 무슨 연구나 개발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학교에 복직 불승인 의견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이들 대학의 학생들은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교육의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의 미비점을 보완해 교육 내실화도 기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정치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병문(池秉文) 의원이 정치학과 교수로 있는 전남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학생회 관계자는 “4년간 교육현장을 떠나있다 보면 수업이나 연구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를 하려면 학교에 미련을 두지 말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외도’를 대학측이 오히려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사립대학은 ‘대외적인 영향력 확대’를 노려 정관계 진출을 고려하는 교수들에게 앞장서 복직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법적으로 휴직이 인정되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강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화여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칙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공직에 나서면 교수직을 그만두는 것이 관례”라면서도 “그러나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양식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한나라당 김석준(金錫俊) 의원이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7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휴직을 했다.
그러나 교수의 정관계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꽤 있다.
최근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복귀한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부 장관은 29일 11개월간의 공직경험에 대해 “학문을 통해 이론적으로 습득했던 지식을 실무를 통해 확인하고 또 그 경험을 연구논문과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교수의 휴직 인정에 대해서도 “학교로 복귀가 보장된다는 것은 관직에서도 소신껏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면서 “다만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무기한 휴직을 하는 것과 일정한 휴직기간 중 관계에 진출했다 복귀하는 전문가형 현실 참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병문 의원도 “전문성과 경험을 쌓은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다수의 교수 의원이나 장차관과는 달리 교수직을 던진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3선 고지를 밟은 뒤 “너무 오래 교수 자리를 비워두는 것 같아 교수직을 던지기로 했다”며 동아대 교수직을 그만뒀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도 연세대 총장에서 청와대로 옮기면서 연세대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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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3명 ‘자동복직’ 폐기 법안제출▼
해묵은 대학교수의 현실 정치 참여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7월 2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대학총장 세미나에서였다.
이날 박영식(朴煐植·광운대 총장·사진) 대교협 회장과 23명의 대학총장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대학교수의 정계 진출을 보장하는 교육공무원법 44조 2, 3항의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는 결의문을 작성해 총장들의 의견을 물었다.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공직에 나갈 때 자동 휴직됐다가 임기를 마치면 자동 복직되도록 한 이 조항이 ‘정치교수’를 양산해 대학 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교수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대학은 4년간 수업을 강사로 때우고, 선거 때마다 교수들이 양 진영으로 갈라진다”면서 “교수의 정치참여 보장 규정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했던 총장들은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어 팽팽한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대학교수의 정치참여 제한은 대교협 최종 결의문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학가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불붙는 계기가 됐다.
이에 발맞춰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 13명의 여야 의원이 28일 대학교수들의 정계 및 공직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학교수의 정계 및 공직 진출시 ‘휴직→자동복직’을 ‘휴직→재임용’을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대학교수의 정계 및 공직 진출은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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