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병에 감염된 혈액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돼 결국 감염되기까지는 적십자사 직원들의 꼬리를 무는 실수가 한몫을 했다.
▽부실한 혈액관리 실태=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7명이지만 부실한 혈액 관리로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에이즈 감염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혈액원에서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고도 헌혈한 사람이 163명에 이른다.
이 중 112명은 에이즈 양성으로 판명됐지만 그 사실이 전산에 늦게 등록됐다. 그 사이에 이들은 다시 헌혈을 했고 그중 360건은 유통됐다. 2000년 4월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황모씨의 경우 3년5개월이 지난 뒤에야 전산에 등록됐다.
나머지 51명은 헌헐시 과거 양성판정 받은 경력을 조회하지 않아 다시 헌혈을 한 경우다. 혈액원 운영과에서는 또 이들의 이름을 ‘김○석’을 ‘김○식’ 등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헌혈유보군’에서 제외된 이들의 혈액 중 146건이 수혈용과 의약품 원료로 유통됐다.
검찰 관계자는 “혈액원 검사에서 에이즈 양성으로 판명되더라도 최종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되는 경우는 1%에 불과하지만 혈액원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혈액은 전량 폐기가 원칙”이라며 “폐기돼야 할 혈액이 의약품 원료 등으로 유통됐지만 다행히 최종 결과는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연령 제한자 등 채혈금지대상자로부터 채혈한 사례도 1999년 이후 3만2789건이나 있었다.
▽법과 제도의 허점=혈액관리법상 의사에 의해 이뤄져야 할 채혈과 채혈량 결정이 간호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 부족 때문이다. 현재 적십자사 산하 전국 16개 혈액원장은 모두 비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법규도 미비해 수혈받은 사람 중 에이즈와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이 각각 7명과 4명이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간단한 문진표만 작성하면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되더라도 형사처벌은 면하게 돼 있다.
수사를 지휘한 성시웅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적십자사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가 없고, 에이즈 잠복기 환자인 헌혈자가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밝힐 가능성도 낮아 업무상 과실 치상으로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대책=복지부는 혈액검사의 오류를 막기 위해 과거 혈액검사 결과와 다르게 나올 경우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검사 결과를 확정하지 않는 점검체계인 ‘델타확인’ 시스템과 혈액검사 결과를 다른 검사자가 다시 확인하는 ‘이중확인’ 시스템을 다음 주부터 시행키로 했다.또 국가의 혈액안전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안전 업무를 상시적으로 감시 평가하는 전문부서(가칭 혈액안전과)를 질병관리본부에 신설할 방침이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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