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문석·金紋奭)는 30일 증여세 71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 등으로 2월 구속 기소된 재용씨에 대해 “전씨의 비자금으로 매입한 채권 73억원을 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며 징역 2년6월에 벌금 3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채권 73억원어치의 매입자금이 전씨가 관리하던 계좌에서 나왔으며 ‘돈의 출처가 결혼축의금’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돈의 출처는 전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전씨를 직접 겨냥해 “비난 가능성은 아버지에게 있는 것이지 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67억원의 채권 가운데 나머지 94억원에 대해서는 “전씨나 외조부 이규동씨에게서 증여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 비자금 추가 추징 가능할까=국가는 민사소송을 거쳐 추징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재용씨의 소유로 돼 있는 만큼 국가는 재용씨를 상대로 73억원에 대한 사해(詐害)행위(채무자가 고의로 자기 재산을 줄여 채권자가 빚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취소소송을 내야 한다. 여기서 승소해 전씨에게 소유권이 돌아가면 추징이 가능하다.
민법상 채권자 취소권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재용씨는 2000년 12월 증여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이 가능하다.
73억원의 소유권이 전씨에게 돌아가 전씨가 추징금을 내더라도 재용씨의 ‘조세포탈죄’는 없어지지 않는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증여세도 모두 내야 한다. 증여가 취소됐다고 해서 과거의 증여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7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괴자금 94억원의 원출처도 ‘전씨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른 데다 수많은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돼 검찰이 어느 정도나 더 출처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용씨 사건 전말=재용씨는 2000년 12월 말 외조부 이씨에게서 167억원을 증여받고도 증여세 74억3800만원을 내지 않아 올 초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재용씨측은 “1987년 결혼할 때 받은 축의금 18억원에 외조부가 2억원을 보탠 뒤 채권 등에 투자해 불린 돈을 2000년 말에 되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도중 “재용씨가 증여받은 167억원 채권 가운데 71억여원이 전씨의 관리계좌에서 나왔다”고 밝혔고, 법원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해 재산 증여자에 이씨 외에 전씨가 추가됐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