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내부 ‘편파시비 자초’ 강력비판

  • 입력 2004년 8월 1일 18시 53분


KBS의 중견 간부들이 정연주(鄭淵珠) 사장과 노조의 이른바 ‘개혁’ 노선이 공영방송의 편파성 시비를 불러왔다며 이에 반기를 드는 ‘KBS 직장협의회’(가칭) 결성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 협의회 준비위원회(대표 윤명식·尹明植 심의위원)는 지난달 30일 오후 KBS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직장협의회를 조직하며’라는 글에서 “공영방송의 중립성은 궤변과 도그마로 왜곡됐고 방송 경영은 적자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인사의 공정성은 개혁이란 미명하에 매몰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협의회 준비위는 이어 “보도 기술 경영 제작 등 전 직종을 망라하는 직장협의회를 구성해 흉금을 털어놓고 우리가 당면한 과제와 우리를 옥죄는 매듭을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준비위는 10일경 부장과 국장급인 심의위원 제작위원 전문위원 등 30명이 참가하는 발기인대회를 열어 구체적 창립 일정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정 사장 취임 이후 편향성 논란을 빚어온 KBS 프로그램 제작 등 운영 전반에 대해 KBS 내부에서 집단적 비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장협의회 왜 결성하나?=KBS 중견 간부들이 협의회 결성이라는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공영방송에 대한 편향성 시비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협의회 준비위 윤 대표는 1일 “탄핵방송 편파성 논란에서 보듯 균형감을 상실한 보도로 KBS에 대한 신뢰도와 광고 수입이 떨어져 이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조치가 절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어 KBS의 위기 상황에 대해 “방송을 모르는 정 사장이 현업보다는 노조 등 단체 활동을 많이 했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받아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젊은 노조원들이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도 간부급 직원들이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협의회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결성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간부 자리를 대폭 줄인 팀제 도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가 지난달 30일 협의회 결성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KBS는 이날 오전 대대적인 팀장급 인사를 발표했다.

윤 대표는 “팀제 도입은 1198개에 이르던 차장급 이상 간부 자리를 184개로 줄이는 ‘대학살’에 가깝다”며 “중간간부 직급이 폐지됨으로써 앞으로 문제 있는 프로그램들이 사전에 걸러질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돼 방송 부실이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직장협의회 무슨 일 하나?=직장협의회는 친목기구로서 기자협회 PD협회 카메라맨협회 등 현재 직종별로 구성돼 있는 직능단체와 성격이 비슷하다. 단체교섭권을 갖는 노조와는 달리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없다. 다만 현안에 대한 협의회의 공식 의견을 표명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게 된다.

KBS 노조가 팀제 도입 이전 차장급 이하 사원들에게 가입 자격을 주었던 데 비해 협의회는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종전의 부장 국장급 이상 간부 사원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교양PD 출신인 윤 대표는 지난달 23일 치러진 KBS PD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팀제 개선위원회 구성과 함께 ‘탈정치, 탈계파, 탈이념 노선’을 내세우며 총 투표자의 44%(277표)의 지지를 받았으나 두 명의 후보 중 다른 후보(56% 득표)에 밀려 낙선했다. 윤 대표는 “간부급 PD가 50여명에 불과한 데도 277표를 얻었다는 것은 상당수 386세대 PD들도 현 KBS의 방향에 불만이 많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창립 이후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내부 공정성 기준을 정리하는 한편 팀제 도입에 관한 공청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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