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朴 前대통령 극비추진 核개발 프로젝트

  • 입력 2004년 8월 2일 00시 14분


1970년대 핵 개발의 실체를 보여 주는 플루토늄 등 핵 물질의 운반 및 저장 탱크 설계도면. 이 도면은 프랑스 회사 생고뱅이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의뢰로 1975년 1월 10일자로 작성한 것이다. 세계일보제공
1970년대 핵 개발의 실체를 보여 주는 플루토늄 등 핵 물질의 운반 및 저장 탱크 설계도면. 이 도면은 프랑스 회사 생고뱅이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의뢰로 1975년 1월 10일자로 작성한 것이다. 세계일보제공
1970년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구상에 따라 극비리에 추진됐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의 중추인 핵연료 재처리시설 기본설계서와 설계도면이 현재 보존돼 있는 것으로 1일 밝혀졌다.

70년대 중반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핵연료 재처리사업 담당 실무책임자로 근무했던 김철 아주대 명예교수(65·사진)는 이날 핵연료 재처리시설 기본설계서(200여쪽), 부속설계서 2권(100여쪽), 기본설계도면을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했다.

이 자료는 원자력연구소가 프랑스 생고뱅사에 의뢰해 74∼75년에 작성한 것으로 김 교수는 80년대 이후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 언젠가 핵연료 재처리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에 대비해 개인적으로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주개념 설계서에는 핵연료 재처리 공정에 대한 설계, 제품 종류, 예산 및 소요 인력 등 재처리 시설을 짓기 위한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고 부속 설계서에는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NRX 연구로’와 관련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실무자 김철교수

또 기본설계도면에는 플루토늄 정제 과정, 우라늄 및 플루토늄 산화물의 분리추출과정, 플루토늄의 저장 및 이동 등에 관한 각종 도면이 포함돼 있다.

김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미국의 반대가 없었더라면 생고뱅측의 도움을 통해 6∼8년 뒤엔 한국도 핵개발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료 공개 이유에 대해 “핵무기 제조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우라늄 이용 기술 등 (평화적 목적의) 과학기술은 필요한 것인데도 미국이 간섭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그동안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로만 전해지던 70년대 정부 차원의 핵개발을 입증하는 역사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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