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한마을 주민들 잔디키워 年150억 매출

  • 입력 2004년 8월 2일 22시 03분


‘잔디 재배로 부농(富農)의 꿈을 일군다.’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면 주민 절반 이상이 잔디를 재배해 연간 150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화제다.

전형적인 농촌인 전남 장성군 삼서면의 전체 세대수는 1510가구. 이 중 잔디를 재배하는 가구는 844가구로 면 전체 경지면적 1721ha 가운데 676ha에서 잔디를 키우고 있다.

삼서면 농가들이 지난해 잔디 판매액은 150억원으로 이 가운데 경비를 제외한 순수입은 75억원. 한 가구당 잔디로만 9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주민들은 잔디 수요가 점차 늘어 올해도 160억원의 판매고를 예상하고 있다.

삼서면의 잔디재배는 지금은 고인이 된 한 농촌지도자에 의해 시작됐다. 삼서면장을 지낸 정찬길씨가 80년 초반부터 농촌의 주 수입원이었던 양잠업이 침체되자 그 대안을 찾았던 것.

5000여평에 야생잔디를 재배한 정씨가 높은 소득을 올리자 주민들 사이에 재배 붐이 일었고 현재 7개 영농조합이 생길 정도로 잔디가 ‘대체 농사’로 각광받고 있다.

잔디재배는 벼농사보다 손이 많이 가는 대신 수입도 2배 이상 높다. 농가에서는 수요가 많은 매년 봄에 잔디를 수확하고 보식해 가을에 다시 잔디를 생산한다. 가을 생산 후 또다시 보식 절차를 거쳐 이듬해 봄에 판매할 수 있으며 관리를 잘 하면 2년에 3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양질의 잔디를 생산해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잡풀에만 효능이 있는 제초제를 뿌려주는 것은 물론 손으로 직접 풀을 뽑고 가뭄 때는 물도 줘야 한다.

농가들의 가장 큰 고충은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대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재배 농가수가 크게 늘면서 향후 과잉 재배로 인한 파동도 걱정거리다.

김준식 장성잔디영농법인 대표는 “골프장, 아파트 조경 등에 잔디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재배면적이 늘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농가를 보호하기위해 잔디를 재해보상에 포함시키고 도로 비탈면 등에 잔디 식재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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