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채소를 먹지 않기로 한 데다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시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씨는 코스닥에 등록된 인터넷기업에 다닌다. 그의 월급은 350만원 안팎. 또래 직장인 평균 임금보다 높다. 이씨 부부는 올해 6월까지만 해도 1주일에 한 번씩 외식을 하고 첨단 음향제품이 나오면 꼭 샀다.
‘잘나가던’ 이씨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주부 김세영씨 채소 구입가 (단위:원) | ||
채소 | 6월 30일 | 7월 30일 |
배추(1포기) | 1400 | 3000 |
상추(300g) | 1800 | 5400 |
당근(1kg) | 1900 | 2200 |
고추(500g) | 4500 | 6000 |
부추(500g) | 1250 | 2050 |
원인은 물가.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올랐다고 밝혔다. 이씨 부부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도 지난달부터다.
김씨는 최근 영수증을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할인점에서 산 채소 가격이 한 달 만에 70% 남짓 뛰었기 때문.
7월 30일 집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배추, 상추, 당근, 빨간 고추, 부추 등 5가지 채소 가격은 총 1만8650원. 김씨는 한 달 전인 6월 30일 같은 채소를 1만850원에 샀다. 김씨는 채소 소비를 줄였다. 한 달 사이 값이 3배나 뛴 상추는 아예 끊었다. 대신 그는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로 했다. 집 뒤뜰에 2평짜리 밭을 일구는 것. 상추 등 최근 가격이 폭등한 채소를 주로 심었다.
김씨는 “힘들지만 가격이 안정될 때까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틈만 나면 주유소 탐방에 나선다. 7월 중순부터 집 근처 경유 가격이 L당 1000원을 넘어선 탓.
지난 주말 이씨는 뜻밖의 수확을 올렸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대로변에서 경유를 910원에 파는 주유소를 발견한 것. “매주 본가가 있는 원미동에 들를 때마다 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꽉 채우면 4000여을 절약할 수 있어요.”
주부들은 장을 볼 때 눈높이를 한 단계 낮췄다.
김현숙씨(42·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유기농 채소만 고집했는데 이젠 저농약 채소로 대체하거나 떨이판매 시간대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할인점별 유인물을 꼼꼼히 살피는가 하면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는 주부도 많아졌다. 손정현씨(38·서울 양천구 목동)도 그중 한 명. “물가가 올랐다고 지출을 그만큼 늘릴 수는 없으니 가격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요.” 그는 “지역과 유통업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에 이어 공산품 수요도 위축됐다. 소비자들은 냉장고 캠코더 텔레비전 등 고가 가전제품 구입 시기를 연말 이후로 미루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대백화점 김인호 유통연구소장은 “기름값 상승분이 공산품 가격에 본격 반영되는 10월 이후 소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