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베트남 보트피플 구조 전제용씨

  • 입력 2004년 8월 4일 19시 00분


“목숨을 건져주었던 그들을 20년 만에 다시 보게 되다니….”

경남 통영시에서 수산업을 하는 전제용(全堤用·64·사진)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피터 누엔(60) 등 베트남 난민 출신 10여명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에 며칠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전씨와 아내, 그리고 막내딸은 5일 오후 8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전씨와 누엔씨 등과의 인연은 1985년 망망대해에서 맺어졌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전씨는 그해 11월 14일 싱가포르를 떠나 부산으로 향하다 남중국해에서 목선에 매달려 사투를 벌이던 베트남 ‘보트 피플’을 발견했다. 그는 갑판장, 항해사 등과 논의한 끝에 이들을 자신의 배에 옮겨 태웠다. 모두 96명이었다.

선원 24명을 포함해 120명의 ‘식솔’을 이끌고 부산항에 도착하기까지 12일간의 항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양식이 모자랄 뿐 아니라 상당수 난민은 상처와 부스럼으로 치료가 시급했기 때문.

어렵사리 부산항에 도착해 해운대구 재송동 적십자사 난민촌 캠프로 옮겨 간 누엔씨 등은 2년 정도 머물다 미국과 프랑스 등지로 흩어졌다. 캠프에 있을 당시 난민 대표였던 누엔씨와 전씨는 더러 편지를 주고받았으나 이후 소식이 뚝 끊겼다.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은 2002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누엔씨가 그곳의 한국인 간호사에게 부탁해 수소문 끝에 전씨의 연락처를 입수했고 이후 다시 편지를 주고받게 된 것.

누엔씨는 편지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전씨에게 “직접 초청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편지봉투 안에는 사진도 같이 넣었다.

전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누엔씨와 이웃에 사는 10여명의 당시 ‘보트 피플’과 재회하고 16일에는 그들이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전씨는 4일 “평생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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