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숙희/원칙을 지키는 부모가 되자

박숙희

지인의 결혼식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두리번거리다가 빈 앞자리도 채워줄 겸 낯선 사람들에게 목례로 양해를 구하고 원탁으로 된 자리에 앉았다.

주례 소개가 끝난 뒤 신랑이 입장했다. 신랑이 옆으로 지나가자 동석한 한 분이 껄껄 웃으며 “걸음걸이까지 제 아비를 쏙 빼닮았네”라고 옆 사람의 동의를 구하듯 중얼거렸다. 아들에게 걸음걸이까지 가르치진 않았을 텐데 사람들 눈에 아버지와 아들의 걸음걸이가 비슷하게 보인 것이다.

자녀들은 외모뿐 아니라 행동거지까지 부모를 닮아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자녀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그리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자녀가 보건 말건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애쓴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자녀들에게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을 은연중에 가르칠 수는 있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가 바쁘다며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간다든지, 자녀를 태우고 운전하는 중에 상대편 차가 내 차의 운행을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길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험한 욕을 하며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 등은 정말 자녀교육을 외면한 행동들이다. “어린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왜 모를까”라는 개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 모습을 보고 자란다. 요즘 부모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원칙을 무시하고 요령을 피우며 사는 잔재주만 자녀들에게 각인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말하는 원칙과 어른이 하는 행동은 다르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배워나간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만드는 세상이 어떤 사회가 될지 예상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소한 자녀 앞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데에 애써야 한다. 말로만 하는 가르침은 자녀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숙희 서울금옥여자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