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차라리 감옥에…” 남한적응 실패 전과자 전락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39분


20대 탈북자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교도소에 가기 위해 일부러 행인을 폭행했다가 구속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7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구속된 탈북자 김모씨(26·경북 영주시)는 6일 오전 2시40분경 부산 서구 충무동 A약국 앞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이모씨(23)를 골목길로 끌고 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김씨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범행현장에서 달아나지 않고 앉아 있다가 순순히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2001년 7월 고향인 평안북도에 어머니와 형, 누나를 남겨두고 탈북한 뒤 한국에 와 막노동을 하며 전전했으며 남한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정부에서 보조해 준 영구임대아파트와 5년간 매달 생활정착금 50여만원을 받으며 살아오다 2002년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올해 2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김씨는 생활정착금 1200여만원과 영구임대아파트 내 가재도구 등을 처분한 돈을 모두 썼다.

생활이 어렵게 되자 선원이 되기 위해 1일 부산으로 왔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사회의 냉대 속에 남한 여자와 사귈 기회도 없어 성폭행 범죄까지 저지르게 됐다”며 “이번에 불구속되면 다른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교도소에 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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