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안산영어마을 “한국속의 외국…우리말 안통해요”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11분


9일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에 입소한 학생들이 공항처럼 꾸며진 입국심사대에서 모의 여권에 도장을 받고 있다.- 남경현기자
9일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에 입소한 학생들이 공항처럼 꾸며진 입국심사대에서 모의 여권에 도장을 받고 있다.- 남경현기자
“Which food do you like best?”(어떤 음식을 좋아하니?)

“I like pizza.”(피자를 좋아해요.)

“And you?”(너는?)

“Everything.”(난 다 좋아요.)

“우하하하.”

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대부도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 요리 교실. 영어 원어민 교사 2명과 한국인 교사 1명, 그리고 20여명의 학생들이 컴퓨터와 대형 스크린, 파인애플, 주스 등이 놓인 교실에서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답했다. 가끔씩 엉뚱한 대답에 폭소가 터졌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경기도가 국내 처음으로 23일 문을 열 예정인 영어마을 안산캠프가 정식 개원에 앞서 초중학생 100명을 상대로 5박6일간의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미리 가 본 영어마을은 학생들이 영어권 문화를 최대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게 일반 학원이나 방학 캠프와는 달랐다.

병원과 은행, 출입국심사대, 옷가게, 호텔 프런트, 식당, 카페테리아 등을 갖춰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야외에는 수영장과 잔디 축구장, 농구장, 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이 캠프는 경기도가 80여억원을 들여 건평 4000평, 5만평 부지의 경기도공무원수련원을 리모델링한 것.

이날 입소한 학생들은 첫 일정으로 공항처럼 꾸며 놓은 출입국심사대에서 모의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은 뒤 은행에서 달러를 환전하고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인 과정을 거쳤다.

이날 점심식사는 파스타. 아직 적응이 안 된 학생들끼리 한국말로 떠들자 곧바로 교사의 ‘Speak in English(영어로 말하세요)’ 경고가 뒤따랐다. 한국말은 이곳의 최대 금기 사항.

외부와 격리된 곳에 숙박하며 영어를 배우는 방식에 적합한 교재를 위해 한국영어학회에 의뢰해 1년여에 걸쳐 프로그램과 교재를 자체 개발했다.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드라마, 아트, 사이언스, 뮤직 등 4가지 전공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도 이곳의 특징.

학생들은 입소할 때 지급받은 30달러 이내에서 생활해야 한다. 모자라는 돈은 여가 시간에 교사의 수업 준비를 돕거나 봉사활동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토록 하고 있다.

영어 원어민 교사 38명과 한국인 교사 20명도 4년제 대학 출신에 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했다.

드라마 전공인 박형준군(15·중 3학년)은 “마치 외국에 온 분위기이고 교실이 아닌 생활 속에서 영어를 배우니까 훨씬 흥미롭다”고 말했다.

안산캠프는 정식 개원하면 1회(5박6일 일정)에 중 2학년생 200명씩 수업을 진행하는데 내년 2월까지는 일정이 꽉 차 있다. 참가비는 1인당 33만원으로 이 중 학생부담은 8만원, 나머지는 경기도가 지원한다. 10월경부터는 1박2일 주말프로그램과 가족단위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어마을 참가신청은 학교 단위로 받는다. 내년 2월 이후 프로그램의 참가 신청은 10월경부터 지역교육청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1박2일과 가족단위 프로그램은 경기도영어문화원 홈페이지(www.english-village.or.kr)를 통해 받을 예정이다. 031-223-9707

경기도는 이번 안산캠프를 시작으로 2006년 파주캠프(8만4000평), 2008년 양평캠프(5만평)를 잇달아 개장할 계획이다.

경기도영어문화원 김주한 교육운영부장(38)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느끼고 영어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3개 영어마을이 모두 개장하면 연간 5만명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영어 연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