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앞둔 유인종 교육감 “교육정책 정권에 흔들려선 안돼”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57분


권주훈기자
권주훈기자
“교육학자가 자신의 아이디어 중 30%만 현실화하면 대성공이라고 합니다. 8년간 수행평가, 회화 위주의 영어교육, 특기적성 교육 확대 등 내 아이디어의 30% 이상을 실현했다고 자부합니다.”

25일 퇴임하는 유인종(劉仁鍾·72·사진) 서울시교육감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유 교육감은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시교육위원 등을 거쳐 1996년 민선 교육감에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서울시 교육행정을 이끌어 온 최장수 교육감이다.

그의 재임 기간 교육부 장관이 11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3대 정권을 거친 유 교육감은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 교육감 때 서울지역에서 연합고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대선 기간에 정치권으로부터 연합고사를 부활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교육 관료와 지인들을 총동원해 이를 요청하는 바람에 이를 뿌리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유 교육감은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바꿔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며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유 교육감 스스로 ‘교육의 선진화’를 실현했다고 자부하듯 그는 인성과 특기적성 교육에 주력하는 교육정책을 펴 왔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없애고 수행평가를 도입해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고 영어교육을 강화해 교육 선진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 도입, 특수목적고 활성화에 강력 반대해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후임자인 공정택(孔貞澤) 교육감 당선자가 초등학교 시험 부활, 자립형 사립고 도입 등 정책구상을 밝힌 데 대해 “교육이 후퇴하면 되돌아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대해 그는 “확실한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며 학생에게 암기를 강요하는 등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유의 교육관을 피력했다.

유 교육감은 또 “현재 교육부가 지나치게 교육방송(EBS) 수학능력시험 강의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해열제는 해열제로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석좌교수로 부임해 풍부한 교육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후진 양성에 전념할 예정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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