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세척제가 흥분제로 둔갑

  • 입력 2004년 8월 12일 15시 14분


"흥분제 '물뽕'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작업용'으로 추천해 드리는 최고의 제품입니다."

증권회사 직원 이모씨(31)는 5월 술집에서 만난 여자 종업원을 유혹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인터넷에서 발견한 광고에 유혹당했다.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흥분 효과가 있는 'GHB'를 판매한다는 광고였다.

GHB는 '물 같은 히로뽕'이라는 의미에서 '물뽕'으로 불리며 미국에서는 복용 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데이트 성폭행 마약(Date-rape Drug)'으로 불리는 마약류의 일종.

30만원을 주고 '10회분'을 구입한 이씨는 여자 종업원이 마시는 술에 타서 '작업'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씨는 작업이 실패한 이유를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한 김모씨(25)가 검찰에 붙잡힌 뒤에야 알았다. 흥분제 대신 소프트 렌즈 세척제를 보냈던 것.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경재·李慶在)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씨에게 속아 소프트 렌즈 세척제를 마약류로 잘못 알고 구입한 이씨 등 19명을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하더라도 구입할 때 마약류로 알고 샀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통약 '게보린'을 엑스터시로 판매하다 처벌된 전과가 있는 김씨는 수면제를 찾는 사람에게는 가격이 훨씬 저렴한 칼슘 보충제를 보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김씨로부터 구입한 칼슘 보충제를 수면제로 알고 50알-100알을 복용한 3명은 목숨을 잃는 대신 며칠간 설사와 복통을 앓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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