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온가족이 함께/경기도 농촌체험마을

  • 입력 2004년 8월 12일 22시 45분


노여운 듯 내리쬐는 햇살과 습한 대기, 그리고 덤으로 얹어지는 소음과 인파….

더위에 지친 일상을 떠나 가족과 함께 훌쩍 도심을 떠나 보자. 남한강을 따라 이어진 국도 6호선을 내달리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이 몰려온다. 서울에서 1시간가량 차로 달리면 녹색농촌 체험마을인 경기 양평군 청운면의 신록마을에 닿는다.

마을로 들어서면 귓전을 때리는 매미 소리와 냇물 흐르는 소리만 가득할 뿐 소음은 간 곳 없다. 사방이 온통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반딧불이와 다슬기가 서식하는 ‘청정 마을’.

마을 앞에 붙는 수식어도 가지각색이다. 녹색농촌 체험마을, 팜스테이(Farm Stay) 마을, 반딧불이마을, 산촌마을….

주민은 겨우 37가구 90여명. 하지만 작은 마을엔 매일같이 방문객이 북적인다. 체험프로그램과 볼거리가 풍성하기 때문.

12일 오전 마을을 가로지르는 시냇물인 흙천(신론천). 20여명의 어른, 아이들이 송어(양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재빠른 사람이라도 맨손으로 송어를 낚아채기란 쉽지 않다.

여러 명이 송어를 한 곳으로 몰다 어른 팔뚝만 한 송어가 양 손아귀에 들어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지른다. 잡힌 송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쳐 먹는다.

송어잡기가 끝나면 감자를 캔다. 캔 감자는 냇가로 가져와 아무런 도구 없이 껍질을 벗긴다. 자갈로 문지르고 바닥에 긁고…. 서툴게 깐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농작물을 수확하고 요리하는 모든 과정의 주체는 방문객이다.

이 밖에도 옥수수 수확과 숲 체험, 가재잡기, 인절미 두부 만들기, 콩밭 매기 등 40여 가지 프로그램이 시기와 날씨, 방문객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된다.

특히 마을사람들이 직접 만든 대나무 뗏목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도시 아이들에겐 가재잡기도 흥미진진한 체험.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안문태씨(47)는 “인근 골짜기 6곳에 검지와 중지를 합친 것만 한 크기의 가재가 수두룩하다”고 자랑했다.

이 마을엔 볼거리도 많다. 지난해 가을 동네 주민들이 직접 나뭇가지로 만든 50m 길이의 섶다리를 통해 흙천을 건너가면 300여 마리의 토종닭을 보게 된다. 토종닭은 높이 솟은 나무 위로도 훌쩍 날아 올라간다. 닭이 날다니…. 아이들의 입이 벌어진다. 이어 풍류산 자락의 숲으로 들어가면 폐(廢)광산이 나온다. 트랙터가 끄는 마차도 탈 수 있다.

마을 안에서는 까다로운 통제 없이 마음 놓고 뛰놀 수 있지만 꼭 지켜야 할 2가지 규칙이 있다. 술은 절대 마실 수 없으며, 과자 등 군것질 거리도 ‘압수품’이다.

체험프로그램은 평일에는 오전 9시∼오후 5시, 주말엔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이튿날 오후 1시까지 운영된다. 주말에는 농가에서 민박을 하며 별 세는 재미를 덤으로 얻는다. 비용은 4세 이상 평일 2만5000원, 주말 4만원(식사 제공).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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