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부평 ‘작은자 야간학교’

  • 입력 2004년 8월 15일 21시 02분


“수영아, ‘귀엽다’를 수화로 표현해봐.”

“‘희미하다’의 반대는 뭐지? 그렇지, ‘분명하다’, 맞았어.”

12일 오후 8시 인천 부평구 십정2동 ‘작은 자(尺) 야간학교’(교장·김도진 목사·my.netian.com/∼smallor) 수화교실.

한 낮의 무더운 열기가 채 식지 않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화를 익히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허노중 교사(45·서울농학교 교사)가 큰 소리로 국어 낱말을 읊어주면서 손을 바삐 움직였다. 학생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진지한 자세로 허 교사의 동작을 따라했다. ‘손짓 대화’로 이어지는 수업은 진지했지만 웃음도 자주 터져 나왔다.

1987년 시작된 작은 자 야학은 초창기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을 실시해왔다. 현재 20∼60대인 학생 30여명 가운데 장애인이 70% 가량.

수화교실은 매주 월∼토요일 열리는 야학교실과는 별도로 매주 목요일에 열린다.

야학 선생님이기도 한 허 교사가 2000년부터 진행해 온 수화교실에서는 요즘 동네 주민과 교사, 예비 간호사, 프리랜서 기자, 복지시설 직원 등 다양한 직종의 학생들이 수화를 배우고 있다.

허 교사는 “이제 야학은 검정고시 공부를 도와주는 곳이라는 기존의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생일파티를 겸한 ‘정모’(정기모임)를 갖는다. 스승의 날에는 ’아줌마‘ 학생들이 학교에서 직접 잡채와 쫄면을 만들어 즐거운 시식회를 가졌다.

지난 주말엔 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으로 수학여행을 떠나 낙조 구경, 갯벌탐사, 고인돌 답사 등을 했다.

야학교사 28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윤수진씨(26·여·인천 서창초교 교사)는 “재정이 빈약해 성린재활원 시설을 빌려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체 기금을 많이 확보해 좀 더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게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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