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를 보면 여성 취업률은 남성보다 전문대는 3.5%포인트, 4년제 대학은 5.8%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분야도 학원강사 등 임시적, 단기적인 성격이 많아 취업의 질도 많이 낮았다.
○고학력 취업률 10년前보다 낮아
고학력 여성의 인력 활용의 문제점은 낮은 취업률 외에도 이들은 한 번 노동시장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취직이 안 되면 결혼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바로 육아에 묶이게 돼 더욱 취직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
여성부 인력개발담당관실 허영숙 사무관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신규노동시장에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고학력 여성들이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는 더욱 높아진 데 비해 대졸 여성의 취업률은 10년 전보다도 낮아졌다. 또 노동시장에 진입할 의사가 있으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대졸여성의 비율(유휴화율)은 낮아지고 아예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취업의사가 없는 여성의 비율(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2년 대졸여성 고용률은 55.3%로 1992년의 57.6%보다 2.3%포인트 낮아졌다. 유휴화율은 1992년 3.1%에서 2002년 1.8%로 낮아지고 이탈률은 39.3%에서 42.9%로 높아졌다.
노동연구원 황수경 박사는 “남성과 여성간의 고용률 격차는 대졸 이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며 “저학력 여성들은 취업의 질을 따지지 않아 비교적 쉽게 취직하지만 고학력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입이 안 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허 사무관은 “고학력 여성은 졸업 직후 바로 취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졸업예정자들은 졸업할 때까지 이력서에 쓸 것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맞춤형 취업준비 과정 활용을
숙명여대 신상연씨(경영학과 4년)와 연세대 신정현씨(경영학과 4년)는 마지막 여름방학 기간인 요즘 여성부의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 중 정보기술(IT) 마스터 과정을 밟고 있다.
신상연씨는 3학년 때 1년간 휴학해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 보조업무를 했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고 정식으로 취업 준비를 하자니 자꾸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한단다.
최근 1년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신정현씨는 자신의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지난해 말 이 과정을 마친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수강신청을 했다.
신정현씨는 “인터넷에 취업정보가 많이 떠돌지만 이곳에서는 구체적인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내가 이런 공부를 했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귀사에서 원하는 능력이 이러한데 나는 이런 과정을 거쳐 그 능력을 갖췄다’고 기업 중심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는 것.
숙명여대 송지현씨(통계학과 4년)는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학연수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능력과 경험을 쌓기 위해 휴학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 김교정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장(정보과학부 교수)은 “IT 분야가 공급과잉이라지만 각 기업체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IT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하라”고 말했다.
신정현씨는 “정부와 기업들이 당장 쓸 인재가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인턴십이나 취업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학생들 스스로 실력을 발휘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부는 지난해부터 고학력 여성들이 각 지역에 맞는 분야의 훈련을 받아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여대생이 취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각 대학의 ‘커리어개발센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대뿐 아니라 남녀공학에서도 여학생만을 위한 취업정보지원실을 마련해 취업전략을 짜고 있다.
○“첫 직장 안주 말고 실력 키워야”
한양대 김분한 여학생실장(간호학과 교수)은 “취업능력 적성검사 취업특강 기업실무능력강화강좌 면접클리닉 등을 운영해 여학생의 취업 준비를 돕고 있다”며 “입학 때부터 단계적 교육을 통해 취업능력을 향상시키도록 준비시킨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으로 이 학교의 여학생 취업률은 60%에서 79%로 19%포인트 높아졌다.
숙명여대 강정애 취업경력개발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은 “고학력 여성의 취업 장애 요인으로 꼽히는 대학교육과 기업체의 수요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학교육도 변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장기적인 커리어플랜을 갖고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는 한편 상황이 어렵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계속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학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 이은영 연구원은 “여성들은 이직률이 낮은 만큼 첫 직장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급한 마음에 아무데나 취업하지 말고 충분한 실력을 갖춰 취업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한양대 김 실장은 “여성들이 처음부터 고임금의 안정된 직장을 갖기는 힘들다”며 “일단 취업이 됐다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 나은 직급이나 직장을 위해 부단히 자기개발에 힘쓰라”고 조언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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