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총장 “학생들 놀고 대학은 교육방치”

  • 입력 2004년 8월 16일 18시 25분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을 거의 방치한 것 같습니다.” 연세대 정창영(鄭暢泳·61·사진) 총장이 최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국 대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자성하는 글을 올렸다. 정 총장은 ‘경애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제품은 공장에서 세계 일류를 만드는 데 제일 중요한 인재는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때문에 대학생들이 1년 내내 놀고 지낸다든가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평을 흔히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의 아픈 현실 진단은 대안 제시로 이어졌다.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대학입니다. 학부와 대학원의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엄격한 학사관리 △학습량 제고 △성적우수자 특별관리 △명예·겸임·석좌교수 활용을 통한 시간강사 수 감소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 총장은 교육의 질 향상과 더불어 “연구의 수월성은 대학의 존립 기반”이라며 연구 역량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1등 교수’의 지속적인 충원이 필수적”이라며 “연구 실적이 뛰어난 상위 10%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동원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세계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재정 확충 방안으로 △관리 운영 구매 시설 등에서 10% 예산 절감 △본부 및 대학·학과별 분권적 모금 △고액 기여자의 체계적인 발굴 △기여우대제에 대한 지속적인 국민 설득 등을 제시했다.

이어 정 총장은 대학 운영과 관련해 “총장의 역할은 선진국처럼 재정 확충과 기관장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본부는 계획 조정 등 핵심 기능만을 수행하고 단위 기관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총장은 “한국의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학교도 살고 나라도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혁신을 체질화하는 것이 당면한 주요 과제”라며 “이를 위해 청지기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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