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사의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정유업체들이 국내에 판매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오히려 제품 마진이 늘어나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1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용 석유제품의 가격이 수출용에 비해 평균 20%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불거진 내수 폭리 의혹=정유사들은 그동안 이익이 늘어난 이유를 수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SK㈜,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등 3사의 상반기 보고서에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의 휘발유 수출가격은 L당 332.5원인 반면 내수가격은 401.7원으로 수출에 비해 69.2원(20.8%)이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도 L당 수출가격은 298.8원, 내수가격은 356.2원으로 내수 쪽이 57.4원(19.2% ) 더 높았다.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가격차는 LG칼텍스정유가 82.1원(24.5%), 에쓰오일이 72.5원(22.8%), SK㈜가 53.0원(15.4%)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내수가격에는 국내 운송비와 재고 유지, 판촉, 마케팅, 관리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수출용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20%나 되는 가격차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석유제품 가격산정 체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가에 기름값 더 올렸나=정유업체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 호조는 ‘폭리’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LG칼텍스정유는 올해 상반기 6조7545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4603억원이었다. SK㈜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에 각각 7486억원과 24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현행 휘발유 가격의 65% 정도가 세금이기 때문에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기름값 담합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석유제품의 가격은 주유소가 결정하기 때문에 폭리 논란은 정유사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이 가격을 조절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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