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민들이 여는 50번째 음악축제…양평 서종사람들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25분


경기 양평군 서종면 주민들이 면사무소 2층 공간을 개조해 마련된 공연장에서 관현악단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이 4년 전부터 매월 자체적으로 열어 온 동네 음악회가 21일로 50회째를 맞는다.- 사진제공 서종사람들
경기 양평군 서종면 주민들이 면사무소 2층 공간을 개조해 마련된 공연장에서 관현악단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이 4년 전부터 매월 자체적으로 열어 온 동네 음악회가 21일로 50회째를 맞는다.- 사진제공 서종사람들
북한강변에 위치한 경기 양평군 서종면.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광, 특히 새벽의 그윽한 강 안개에 심취한 서울의 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문화 향취 가득한 전원 마을을 가꾸어 가는 곳이다.

인구 5400여명에 불과한 한적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는 21일 작지만 소중한 기록이 만들어진다.

동네 주민들이 매월 자체적으로 마련해 온 ‘우리 동네 음악회’가 50회째를 맞이하는 것.

21일 오후 7시반 북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서종문화체육공원에서 야외공연으로 열릴 50회 음악회는 ‘체코 프라하 브라스앙상블’의 공연으로 마련된다.

‘우리 동네 음악회’는 문화모임인 ‘서종사람들’이 주축이 돼 열려 왔다. 이 모임은 1990년대 초부터 서울 등에서 서종면으로 작업실을 옮긴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2000년 1월 구성됐다.

당시 서양화가인 민정기, 이근명씨와 예술의 전당 전시사업팀장인 이철순씨, 시인 이달희씨 등 7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나 현재 회원은 주변 지역 예술인, 후원가들을 포함해 22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문화 불모지였던 이곳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2000년 4월 첫 음악회를 열었다. 마땅한 공연장소가 없어 서종초교 식당을 빌려 썼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220여명의 주민과 학생이 식당을 가득 메우며 호응해 줬다. 이때부터 거의 매달 거르지 않고 연 음악회가 4년여 만에 50회에 이른 것.

서종사람들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근명씨는 “이젠 길에서 만난 마을 소년들이 ‘다음달엔 누가 출연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음악회 출연진 중에는 모스크바 국립남성합창단과 모나코왕립 소년합창단, 아이리시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쟁쟁한 공연단이 한둘이 아니다.

섭외는 중견 예술인들이 저마다의 인맥을 통해 비공개로 해 왔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는 적정한 출연료를 줄 수 없기 때문. 그대신 출연진에 화가들의 작품을 선물한다.

그런데도 상당수 공연단은 너무나 진지한 주민들의 관람 태도와 주변 경관에 반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이곳의 무대에 선 뒤 아예 서종면으로 이사한 예술인도 적지 않다.

현재 서종면에 둥지를 튼 예술인은 100여명. 양평군 전체로는 600여명의 예술인이 거주하고 있다.

서종사람들은 2002년 4월 면사무소 내 청소차량 차고를 개조해 갤러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곳에선 20여명의 작가들이 수시로 작품전을 연다.

주민들의 예술 사랑에 호응해 양평군은 100억원을 들여 2006년까지 서종면에 ‘소나기 마을’을 조성키로 했다. 고(故) 황순원(黃順元)이 양평을 무대로 쓴 단편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것과 같은 형태의 자갈 깔린 개울과 갈대숲, 섶다리를 조성하고 황순원기념관도 세운다.

‘서종사람들’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화가 이근명씨는 “한강변에는 대부분 카페만 즐비한 소비문화가 자리 잡기 마련인데, 서종면은 음악과 미술, 문학 등 고급문화가 공존하는 예술마을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음악회 관람료는 청소년 500원, 성인 1000원.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031-773-8165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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