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8일 경북 울진 후포수협에 한국과 일본의 게통발 어민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동해에서 홍게를 잡는 어민들의 대표.
독도 주변 중간수역(中間水域·1999년 발효된 신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어자원을 관리하도록 한 배타적 경제수역의 바깥 바다)을 중심으로 홍게를 잡는 두 나라 어민들은 어자원 보호 등을 위해 2002년 8월 첫 ‘신사협정’을 맺었다.
서로 홍게를 많이 잡으려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간수역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진 것. 바다 밑에 설치해 둔 그물을 일부러 잘라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1200∼2000m 깊이의 바닷속에 설치하는 그물 한 세트(300여개의 통발을 단 길이 2km가량의 그물)가 훼손되면 2000만원 가량의 손해가 생긴다.
경북과 강원지역의 홍게잡이 어민들은 이런 사정으로 그물이 망가지는 경우가 매년 50여건에 달해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어자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두 나라 어민들의 신경전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동해 어민들이 신사협정을 맺자고 일본 어민들에게 제안했다. 신사협정이 체결된 뒤 그물을 훼손하는 사례도 매년 5건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회의의 관심사는 동해 어장 청소. 바닷 속에 폐그물 등 쓰레기가 쌓여 홍게 서식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를 잡기만 했지 보존과 청소에는 무관심했다고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모임을 제안했던 경북게통발어업협회 이재길(李在吉·48) 회장은 “중간수역을 포함한 동해는 한국과 일본 어민들의 생활터전”이라며 “한일어업협정으로 좋은 어장이 많이 줄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어장 보호에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마네· 효고· 돗토리현의 게통발연합회 기타무라 가저히(喜多村 一司) 회장은 “동해 바닷 속을 청소하려면 어민들 힘만으로 부족해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어장 보호를 위해 만든 이 모임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해에서 게통발 조업을 하는 어선은 한국 50여척, 일본 30여척. 동해 어민들은 연간 2만 2000t 가량의 홍게를 잡아 전량 일본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