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韓日 홍게 어민들 “동해 청소”

  • 입력 2004년 8월 18일 21시 41분


“두 나라 어민의 생활 터전인 바다를 스스로 지켜야죠.”

17, 18일 경북 울진 후포수협에 한국과 일본의 게통발 어민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동해에서 홍게를 잡는 어민들의 대표.

독도 주변 중간수역(中間水域·1999년 발효된 신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어자원을 관리하도록 한 배타적 경제수역의 바깥 바다)을 중심으로 홍게를 잡는 두 나라 어민들은 어자원 보호 등을 위해 2002년 8월 첫 ‘신사협정’을 맺었다.

서로 홍게를 많이 잡으려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간수역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진 것. 바다 밑에 설치해 둔 그물을 일부러 잘라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1200∼2000m 깊이의 바닷속에 설치하는 그물 한 세트(300여개의 통발을 단 길이 2km가량의 그물)가 훼손되면 2000만원 가량의 손해가 생긴다.

경북과 강원지역의 홍게잡이 어민들은 이런 사정으로 그물이 망가지는 경우가 매년 50여건에 달해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어자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두 나라 어민들의 신경전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동해 어민들이 신사협정을 맺자고 일본 어민들에게 제안했다. 신사협정이 체결된 뒤 그물을 훼손하는 사례도 매년 5건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회의의 관심사는 동해 어장 청소. 바닷 속에 폐그물 등 쓰레기가 쌓여 홍게 서식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를 잡기만 했지 보존과 청소에는 무관심했다고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모임을 제안했던 경북게통발어업협회 이재길(李在吉·48) 회장은 “중간수역을 포함한 동해는 한국과 일본 어민들의 생활터전”이라며 “한일어업협정으로 좋은 어장이 많이 줄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어장 보호에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마네· 효고· 돗토리현의 게통발연합회 기타무라 가저히(喜多村 一司) 회장은 “동해 바닷 속을 청소하려면 어민들 힘만으로 부족해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어장 보호를 위해 만든 이 모임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해에서 게통발 조업을 하는 어선은 한국 50여척, 일본 30여척. 동해 어민들은 연간 2만 2000t 가량의 홍게를 잡아 전량 일본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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