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의 검찰은]<中>위축되는 공안-특수부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0분


‘공안’과 ‘특별수사(특수)’는 검찰의 양대 산맥으로 인식돼 왔다.

이들에게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책임지는 체제의 수호자(공안)와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정의의 수호자(특수)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 같은 공안 특수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존폐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공안=검찰 공안의 쇠락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의 ‘신(新)공안’운동은 과거의 공안검사를 새로운 인물로 대체하는 것이었으며, 공안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이어지는 검찰 공안의 위기는 한층 심각하고 근원적이다. 공안 업무가 대폭 축소되고 ‘공안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이 바로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의 공안 책임자인 1차장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되는 ‘이변’도 일어났다.

대통령과 다수의 대통령수석비서관 장관 등을 배출한 재야 법조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최근 개최한 토론회에서 변호사들은 아예 공안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수부도 사양길?=특수부 검사들의 입에서도 “죽을 맛”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법원이 과거와 달리 증거판단을 훨씬 엄격하게 하면서 무죄판결이 급증하는데 그 최대의 ‘피해자’는 특수부 검사들이다. 어렵게 수사해서 기소한 ‘비리 거물’에 대해 무죄 판결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인지수사(검찰이 직접 범죄의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벌이는 것)의 ‘실종’ 상황에 대해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한 김진(金振) 주택공사 사장 비리사건은 청와대 하명(下命)사건이었고 군인공제회, 정보화촉진기금 비리 사건도 감사원에서 넘겨받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는 “여권이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신설되면 청와대나 감사원이 적발한 ‘큰 건’은 고비처가 담당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특수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안의 모색=최근 이어지는 공안 및 특수의 위기와 입지 축소에 대해서는 과거 공안과 특수의 독주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던 일반 형사부 검사들도 우려를 나타낸다.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의 한 중견 검사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는 여전히 중요한 국가적 국민적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특별수사의 쇠락으로 ‘혜택’을 볼 집단이 누구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부에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안도 많이 거론된다.

이를테면 공안부는 남북교류에 따른 법률적 문제, 각종 선거사범, 노동관련 사범, 각종 집단행동 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검이 20일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인사 등으로 ‘공안대책 자문위원회’를 구성, 공안문제에 대해 내부 판단에만 의존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 시도로 평가된다.

대검 중수부의 개편 방향에 대해 문성우(文晟祐)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평상시엔 부장 같은 지휘관만 뒀다가 일이 생기면 일선 청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둔전병’식 운영시스템도 고려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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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검사도 전문성 있어야” 경쟁력 키우기 붐▼

‘전문성이 없으면 검사도 살아남기 힘들다?’

요즘 검사들 사이에선 자신만의 전문분야 개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수부나 공안부 등 이른바 ‘검찰 내 검찰’로 불리는 인기부서에 대한 선호도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물론 일각에서 폐지론까지 제기되는 공안부의 흔들리는 위상과는 달리 특수부는 상당수 검사에게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경찰 송치사건을 다루는 일반 형사부와는 달리 검사가 독자적인 인지(認知)수사를 통해 빛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라면 누구나 자기 사건을 하고 싶어 하게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아직도 특수부에 가기 위해 무리하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특수부마저도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검사는 “과거에 비해 특수부 근무를 희망하는 검사의 비율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검사 10명이면 모두 특수부 근무를 원했지만 요즘은 7, 8명에 그친다는 것.

이런 가운데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전문분야 개척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근무 여건이나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한 부장검사는 “법조계와 검찰 내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젊은 검사 사이에 전문분야를 찾아 특화하려는 인식과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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