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봉사하며 사랑을 배웠어요”…서울 명지고 학생들

  • 입력 2004년 8월 20일 21시 25분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어요.”

20일 오전 한센병 환자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환자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인 녹생리에서 작업복 차림의 고교생 6명이 버려진 가재도구를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옆 마을인 신생리에서는 남학생들은 손빨래를 하고 여학생들은 환자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바느질을 하면서 웃음꽃이 피었다.

‘소외의 땅’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손과 발이 돼준 이들은 서울 명지고 학생들. 16일부터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지고 학생 45명과 교사 5명 등 50명은 봉사 마지막 날 이날 오전까지도 환자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명지고 학생들이 대거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3년 전부터 몇몇 학생들이 소록도를 찾은 게 계기가 됐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생들로부터 외롭게 살아가는 한센병 환자들의 실상을 전해들은 학생자치회는 이번 여름방학부터 대규모 봉사단을 꾸려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학생들은 병동과 마을별로 나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청소와 빨래는 물론 환자들을 목욕시키고 함께 산책을 하며 말벗이 돼 주었다.

이들 가운데 20명은 5, 6병동과 도움의 집에서 손가락이 없어 밥을 떠먹지 못하는 환자들의 아침 수발을 들었다.

최훈순군(2년·17)은 “밤잠이 없는 환자들이 새벽 2시반에 일어나 아침을 기다리기 때문에 새벽 4시에 잠을 깬 뒤 병동을 찾았다”면서 “몸이 피곤해 힘들기도 했지만 5일 동안 환자들을 돌보면서 봉사의 참뜻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학교 측과 학부모들도 뜻을 함께 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봉사활동을 떠나는 이들의 손에 선풍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의류, 소화기, 보온병 등 위문품을 쥐어 줬다.

컴퓨터를 가르치는 장들림 교사(29)는 “이번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내년부터는 학부모들과 더 많은 교사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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