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 5년

  • 입력 2004년 8월 2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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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의원들이 성희롱 예방에 관심을 갖도록 의원실에 홍보하고 직원에게 남녀평등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부가 지난달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정하고 국회의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도록 권고한데 따른 것이다. 여성부는 의장에게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사무총장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여성부에 통고했다. 여성부는 피해자인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의장이 아닌 사무총장의 답변을 문제 삼지 않을 예정이다.

국회에서 이럴진대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업장에서는 어떨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지 7월로 만 5년, 성희롱은 얼마나 줄었고 성희롱 예방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그 실태를 짚어본다.

● 성희롱장소 직장이 57% 최다

‘회식자리에서 직장 상사랑 블루스를 춰야하는 것이 거의 관행화했다. 어떤 상사는 너무 꽉 껴안거나 몸을 밀착시켜 거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실을 말했다가는 생활하는데 불편하고 그래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데 고민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전형적인 성희롱 유형이다.

이 경우 남자직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라고 이 센터는 조언한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불쾌했다는 사실과 앞으로는 그런 행위를 하지 말 것과 앞으로 다시 재발한다면 회사측에 공식적으로 해결을 요구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이나 편지를 발송하라고 권한다. e메일이나 편지를 보낸다면 보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시정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고충처리기관 등에 문제해결 및 가해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회사측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여성부나 노동부에 진정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 헬스클럽에 등록한 대학생 권모씨는 헬스클럽 관장이 신체 치수를 잰다며 맨살 위로 자를 들이밀고 가슴둘레에 대해서는 “가슴은 보기에 큰 것도 아니고 하니까 빼자”고 하는 등 성희롱하자 여성부에 신고했다. 여성부는 관장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하고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여성부의 ‘2003년 남녀차별사건 접수 및 처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희롱사건은 87건으로 성차별사건(65건)보다 많았다.

성희롱 장소로는 근무시간 중 직장 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57.3%(47건)로 가장 많았고 회식 중 발생한 사례는 19.5%(16건)로 전년(32.4%)에 비해 줄었다. 성희롱 가해자의 경우 중간관리자(32.3%)가 가장 많았고 이어 평직원(29.2%) 대표(27.7%) 순이었다.

● 재경-해양부 등 아예 실시안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의 1∼5월 상담 중 성희롱 건수 135건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 성희롱 가해자로는 상사(49.7%)가 가장 많았고 사장(23.7%) 동료(14.8%) 순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미미해 상담을 의뢰한 여성 중 예방교육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2.6%에 불과했다. 특히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는 규모를 불문하고 단 한곳도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연 1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반드시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공공기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여성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에 대한 2003년 성희롱 예방교육 현황’에 따르면 입법부와 사법부, 기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자치단체 등 전체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 평균 참석률은 78.0%였다.

특히 18개 중앙행정부처의 교육 참가율은 46.8%에 그쳤고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는 아예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민간기업의 경우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는 것을 감안하면, 행정기관이 스스로 위법한 행위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청소년기부터 체계적 교육을

여성부가 최근 444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희롱 문제의 해결책으로 청소년기부터 체계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4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처벌규정(25.2%)이나 교육 및 홍보의 강화(21.2%)도 많이 지적됐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청소년에 대한 예방교육의 효과를 기대해봄 직하지만 문제는 기성세대의 의식이다.

여성부 이복실 차별개선국장은 “성희롱이 남녀차별이라는 것이 법으로 명시됐는데도 아직도 성희롱이 법에 저촉된다는 것을 모르는 공직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서민자 상담부장은 “대부분 성희롱이 상급자에 의해 발생되는 만큼 사업주의 성희롱 근절의지와 적극적인 예방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사업주는 상급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해 실효성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세사업장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비율이 높으나 영세사업장의 경우 교육실시에 따른 재정적 부담으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예산 및 전문 강사 지원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복실 국장은 “시청각이나 자료배포 등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성희롱 예방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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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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