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의 ‘21억 로또’

  • 입력 2004년 8월 24일 01시 26분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가 거액의 1등 로또복권 당첨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어머니 배모씨(6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던 박모씨(33)가 88회 로또복권(추첨일 7일) 1등에 당첨돼 21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사업 실패로 3500만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뒤 어머니 배씨와 돈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중 7월 초순경 서울 은평구 대조동 자신의 집에서 배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21일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카드 빚 3500만원을 어떻게 갚았는지를 추궁할 것을 예상해 미리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을 했다”며 “해당 은행에 확인한 결과 박씨가 복권 당첨금을 11일 수령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살해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씨와 배씨 소유가 아닌 배낭과 운동화 등 소지품을 발견하고 소지품의 주인이 8일 은평구 삼각공원에서 술에 취해 잠자던 중 로또복권이 든 지갑을 도난당한 김모씨(51)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로또복권을 직접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입 장소를 번복하고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현재로서는 도난당한 김씨의 지갑에 있던 로또복권이 1등으로 당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23일 박씨를 존속살해 및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로또복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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