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 구리시 토평택지개발지구 내 수택동 수택초등학교 앞.
폭 8m, 길이 340m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초등학교 정문 양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양 옆으로 수택초교와 구리여중을 끼고 있는 이 길은 2002년부터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돼 왔다. 구리시와 남양주경찰서가 등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이른바 ‘통학로’로 만든 것.
그런데 요즘 이 길을 둘러싸고 수택초교 학부모들과 시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구리시는 4월 이 길에 차량통행을 허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초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한쪽에 폭 1.8m의 인도를 설치하고 나머지 도로는 차량이 다니게 하겠다는 것.
그러자 주민과 학교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과 학교측은 “1600여명의 수택초교 학생과 1300여명의 구리여중 학생들의 통학 안전과 수업권 보호를 위해 차량 통행을 계속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통학로와 연결되는 도로변(통학로에서 500m거리)에 이무성 구리시장의 개인 땅이 있어 구리시청 홈페이지엔 “시장이 자기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통학로를 없애려 한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 길은 수택초교가 개교함에 따라 2002년 4월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길 양끝에 남양주경찰서장 명의로 차량 통행 및 주정차를 금지한다는 푯말이 설치됐다. 당시 시장은 박영순씨.
그러다 2002년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지 2년여 만에 통학로 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 구리시는 “통학로가 애초 도시계획도로여서 차량이 다니는 게 원칙”이라며 “그동안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차량 통행을 막았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는 또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차량은 통행시키되 등하교 시간대(오전 7시반∼9시, 오후 1시∼4시반)에는 차량 통행을 막고 과속 방지턱 6개, 인도구간 안전울타리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택초교 학부모회 강옥자 회장(42·여)은 “토평지구를 만들면서 통학로를 만들지 않은 책임은 외면하고 법만 따지는데, 그렇다면 그동안은 시와 경찰이 합심해서 불법을 저질러 왔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또 한 학부모는 “차량 통행이 허용될 경우 주변 땅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다른 의도가 없다 해도 시장이 자진해서 자기 땅 주변에 통학로를 만들어 주진 못할망정 아이들의 안전을 포기하면서 의혹을 사기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학부모는 13일부터 감시조를 편성해 공사를 막고 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이 시장은 “1971년에 3필지(총 2434m²)를 매입했는데, 투기를 하려면 진작 했을 것”이라며 “시장인 내가 이 땅의 개발제한을 풀기 위해 학생 통학로를 없앤다는 것은 완전한 음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담당 부서에서 법에 따라 통학로를 없애겠다고 해 그렇게 결정했는데, 주민들과 대화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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