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울에 사는 친척이 놀러 올때마다 ‘인천에 오면 공기가 더 안좋은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출장 때문에 인천을 찾는 박상일씨(39·서울 대방동)도 “경인고속도로 종점인 인천항에 다다르면 화물차 매연과 먼지 때문에 차의 창문을 모두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1999년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년간 노력했지만 이처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천의 공기 질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측정치는 어떨까.
▽갈수록 악화=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지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시 환경기준(m³당 60μg)을 넘어선 61μg으로 1999년의 53μg보다 더 악화됐다. 올들어서는 1∼4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8.7μg을 기록,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간 ‘먼지와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여온 시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는 그동안 인천항과 대형공사장을 중심으로 특별관리지역 13곳을 지정해 관리해 왔다.
인천항에는 사료창고를 만들어 사료 야적과 하역작업이 실내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전체 1569대의 시내버스 중 548대를 압축천연가스(CNG)버스로 교체하고, 진공청소차 35대를 추가 구입해 투입했다. 또 연간 70억원을 들여 지난 2년간 28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오염 악화 원인과 대책=시는 공기 질이 개선은 커녕 악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차량증가를 꼽고 있다. 지난해 말 차량등록 대수는 77만4351대로 1999년의 59만3380대보다 18만 여대나 늘었다.
특히 이중 인천항 등을 오가는 하루 1만 여 대의 화물차가 공기 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서구 경서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오가는 화물차량도 하루 평균 3000∼5000대에 달한다.
그러나 인천 시내 전체 도로 2028km 가운데 진공청소차의 작업이 가능한 도로는 659km에 불과하다. 도로 굴곡이 심하기 때문.
특히 올 7월 남항에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들어서면서 연안부두∼제2경인고속도로 구간 화물차 통행은 배 이상 늘었다. 시는 남동구 서창동 등 도심곳곳에 물류단지를 지을 계획이어서 화물차 통행량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항만과 물류도시를 지향하는 도시의 특성상 인천은 대기오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환경단체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대로 대기오염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으며,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환경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혜경 정책실장은 “현재 인천시가 만들고 있는 도로는 화물차량이 최단거리로 고속도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는 화물차량이 도심을 통과하지 않도록 도로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또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대기오염이 계속 악화되면 나중에 이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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