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2시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교회 내 무료급식소인 ‘사랑의 집’.
자원봉사자 박경순(朴京順·68)씨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들른 수백 명의 노인과 노숙자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반찬을 나눠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씨는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이곳에서만 20년째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일을 돕고 있다.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그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급식 준비에 들어간다. 자신이 직접 시장에서 구입한 찬거리를 다듬는 일부터 쌀 씻는 일 등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
매일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 식단표도 그가 손수 짠다.
배식 전 간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반찬과 국 맛을 보는 것도 그의 몫. 배식은 물론 설거지, 잔반 처리, 청소 등 뒷일을 다른 봉사자와 함께 마무리한 그는 오후 3시경 식당을 나선다. 하루 7∼8시간의 중노동이다.
“아들과 며느리들이 ‘연세도 많으신데 이젠 집에서 좀 편히 쉬시라’며 극구 말리지만 하루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몸에 병이 생길 것 같아요.”
누구나 생활이 어렵던 1950, 60년대 남몰래 끼니를 거른 적도 많았다는 그는 “배고픈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단골로 식당을 찾던 칠순 할머니 한 분이 ‘고생 많다. 주방 사람들하고 음료수나 사서 마시라’며 만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어 줘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사랑의 집’은 근처에 대구지역 노인들의 쉼터인 달성공원과 지역 최대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 있어 점심때만 되면 이용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시골 장터’처럼 붐빈다.
대구시와 지역 독지가 및 신도 등의 도움을 받아 교회측이 운영 중인 이 급식소는 하루 평균 이용자만도 700∼1000명. 이 중 80%가 노인이고 나머지는 노숙자와 노점상 등이다.
그는 “올해 들어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서 급식소를 찾는 젊은 실직자들이 느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라살림이 나아져 이곳에서 젊은이들을 보지 않게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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