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을 하는 A씨는 어느 날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횡령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담당 검사는 A씨에게 “원하면 변호사를 선임해 곁에 두고 신문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A씨 부인은 주위의 조언을 듣고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실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당직 변호사는 즉시 검사실로 가서 신문을 받고 있는 A씨 옆자리에 앉았다. 검사가 유도성 질문을 하자 당직 변호사는 휴식시간을 요구한 뒤 A씨에게 조언을 했다.
그러나 검사는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풀어주면 관련 서류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당직 변호사의 도움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하려 했으나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었다. 잇따른 불경기로 갑자기 수백만원이나 되는 변호사 비용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A씨에게는 국선 변호인 B씨가 선임됐다. 과거에는 A씨의 경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었으나 형소법 개정으로 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에게 국선 변호인 선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음 날 A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졌다. 영장심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C판사는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곧 풀려났지만, 검찰은 영장 기각이 부당하다며 준항고를 했다. 합의부에서는 검찰이 보완한 증거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A씨는 결국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A씨를 구속기소했고, 재판이 시작됐다. A씨는 계속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았고 5개월 뒤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무죄판결 후 A씨는 국가에 형사 보상을 신청해 숙박비와 일당, 교통비까지 모두 포함한 피해 금액을 보상받았다. 법 개정 이전에는 구금됐던 3개월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이 가능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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