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사업회,유죄판결로 면직된 직원 재채용

  • 입력 2004년 8월 30일 06시 50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朴炯圭)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인사 규정상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면직한 직원을 인사 규정을 바꾼 뒤 다시 채용한 사실이 29일 밝혀졌다.

더구나 기념사업회는 이 직원을 다시 채용하면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흉상을 불법 철거하려다 이를 제지하던 구청 직원을 폭행한 행위를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 발생한 일’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감사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한나라당 박찬숙(朴贊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2002년 4월 인사담당자로부터 ‘4급 직원 이모씨가 서울 영등포구청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직위해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흉상을 철거하다 일어난 일은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도 있으니 상급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 보자”며 직위해제 등 인사 조치를 보류했다.

이씨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불법 철거하려다 폭력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2000년 11월 불구속 기소된 뒤 2002년 4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고 이후 2003년 1월 24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 지난해 말 인사 규정상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12월 31일자로 이씨를 면직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기념사업회는 올해 2월 26일 인사 규정에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자라도 그 사유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 발생됐다고 인정될 경우 임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신설했고 이씨는 이에 따라 7월 5일 다시 채용됐다.

지금까지 기념사업회에서 이 예외규정에 따라 채용된 직원은 이씨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양금식 홍보팀장은 “이씨의 경우 흉상 철거 과정에서의 폭행사건을 포함해 198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것이 인정된 것”이라며 “이씨를 예외규정에 따라 채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 때문에 이 규정을 만든 것은 아니며 앞으로의 경우에 대비해 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씨는 2002년 1월 1일 4급으로 기념사업회에 채용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00년 7월 공포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따라 4·19혁명, 6·10항쟁 등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각종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된 단체. 법에 따라 행정자치부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으며 이사장은 장관급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다.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씨를 초청한 것과 관련해 3월 감사원으로부터 “부적정했다”며 해외 민주인사 초청 사업의 객관적인 선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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