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안은 대학마다 비슷한 학과가 중복 개설돼 교육과정에 특색이 없고 교육의 질도 낮아 대학교육이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는 고교 졸업자가 대학 모집정원보다 적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등 대학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원 얼마나 줄이나=교육부는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이자는 것. 2009년까지 국립대는 교수 1인당 21명, 사립대는 24명까지 낮춰야 한다.
국립대는 교육부가 정원을 직접 조정할 수 있지만 사립대는 자율성이 원칙이기 때문에 제도를 통해 유도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구중심 대학의 경우 교수 충원율을 65%까지 올리면 대학들은 교수를 더 뽑거나 학생 모집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 국립대 1만2000여명, 사립대는 8만3000여명 등 9만5000여명이 줄어든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40명이 넘는 대학은 2006년부터 재정 지원을 끊고 구조조정 노력이 활발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해주는 등 당근과 채찍을 곁들이기로 했다.
또 대학정보 공시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시장의 기업공시제도처럼 신입생 충원율, 학생 등록률, 졸업생 취업률, 법인차입금 의존율 등 대학정보를 공시하면 학생들이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대학은 지원을 꺼리게 된다. 이런 대학은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통폐합 어떻게 하나=현재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고 순천대 등 전남지역 5개 대학이 연합대학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로 통폐합이 성사된 경우는 많지 않다.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끼리 합치거나 유사 학과를 폐지해 백화점식 운영을 탈피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같은 지역의 대학끼리 대학간 또는 유사 학과를 통폐합하고 여러 대학이 연합대학 체제를 만들어 교육과정 특성화, 정원 감축, 학과연구소 개편, 교수 재배치 등의 개혁작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퇴출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사립대는 통합, 인수합병(M&A), 퇴출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한계 상황에 처한 대학을 퇴출하기 위한 문을 열어 놨다.
교육부에 설치될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사립대의 위기 여부를 판단해 정도에 따라 주의나 경고, 보유자산 처분, 정원 감축, 신입생 모집 중지, 학과 폐지, 법인 해산, 다른 법인과의 합병 등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
법인과 대학의 해산을 명령할 경우 재산 출연자에게 위로 차원의 해산장려금을 주고 재학생은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을 보장하는 등 학생 교수 직원 처리와 재산상 권리 의무 승계 등을 규정한 구조개혁특별법을 만들 계획이다.
정원 감축이나 구조조정 실적은 정부의 모든 재정 지원 사업에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반영할 방침이다.
지역별 대학 총장으로 ‘구조개혁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영한 뒤 장기적으로 대학 학과 및 대학원 설치 및 폐지, 정원 조정 등을 심의 인가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교육質 향상” “지나친 간섭”▼
이날 발표된 ‘대학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지방대학들은 대체로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사립대의 경우 정부의 지나친 규제나 간섭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강원 한림대 전상인 대외협력처장은 “지방 사립대에는 일시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대학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며 정부 방안에 동의했다.
부산 경성대 관계자도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한 사립대는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학의 경상비를 줄이는 등 ‘군살빼기’를 위해 긴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대 정규석 기획처장은 “대학이 가진 정보를 수요자인 학생, 기업을 위해 공개하는 대학정보공시제 등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공하는 선을 넘어 전임교수 비율,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그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도내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H대 870명, J대 400명, W대가 100명씩 입학정원을 줄여 수급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는 데 반해 학년당 모집 인원이 6500여명에 이르는 지방 국립대들은 1명의 정원도 줄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남대 전하성 기획처장은 “인적 물적 구성과 전공 영역은 그대로 두고 진행되는 대학 통합은 의미가 없으며 감원과 감축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중심대학들이 각자의 영역을 감안해 특성화 분야를 발굴하고 다른 대학들과 공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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