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조촐한 퇴임식마저 거절한 그는 장학금 전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줄 것을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31일 이 전 실장은 “삼팔선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젊은 나이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많은데 60세가 넘어서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며 “나라의 혜택을 받은 만큼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고 말했다.
8남매의 일곱째인 그는 학창 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듯 수업료를 제때 내기가 힘들었다.
“수업료를 못내 독촉을 받거나 집에 가서 받아오라며 학교에서 쫓겨난 적도 많았어요. 그때는 흔한 일이었지만 얼마나 창피하고 서러웠는지 모릅니다. 학생들이 가난 때문에 가슴에 멍드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공주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67년 교사로 시작해 37년간 일선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교육부 교육과정정책심의관 등을 지낸 이 전 실장은 뚜렷한 소신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평소 “사람은 머문 자리,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했던 이 전 실장에 대해 안 부총리는 “아름다운 모습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