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사립대 임원승인 취소… 쌈짓돈 쓰듯 교비 횡령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48분


교비로 매입한 외부기숙사를 설립자의 친족 명의로 등기하거나 이사회도 열지 않고 법인 임원을 선임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질러 온 3개 사립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에서 적발됐다.

교육부는 경북외국어테크노대(경북학원)와 대구외국어대(경북교육재단), 경기대(경기학원) 등 3개 사립대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해 교비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임원 전원의 승인을 취소하고 불법 집행한 176억7000만원을 회수해 학교에 반환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자 67명을 파면 등 징계할 것을 대학측에 요구했다.

▽가계부만도 못한 교비 회계=경북외국어테크노대 설립자 박모씨는 학생 등록금 등으로 마련된 교비를 인출해 본인이나 친인척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법으로 118억500만원을 횡령했다.

박씨는 이 가운데 61억200만원을 2003년 개교한 4년제 대학인 대구외국어대 설립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이 중 35억3400만원만 나중에 반환했다.

그러나 나머지 57억300만원의 용처는 영수증 등 서류를 파기해 어디에 썼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박씨는 또 근무하지도 않은 교원이나 임기가 만료된 외국인 교원의 인건비 책정, 시설공사 허위 계약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58억6500만원의 불법자금을 조성해 이자 등을 갚는 데 사용했다.

박씨는 교비로 학교 밖에 기숙사 2채를 매입해 친족 등의 명의로 부당 등기하기도 했다.

경북학원은 2000년 12월부터 5월까지 63회의 이사회 가운데 61회는 실제로 열지 않고 회의록만 허위로 작성했다. 설립자 박씨의 친구나 친족 등으로 이사 7명과 감사 2명 전원을 선임할 때조차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학원은 교비 59억원을 불법 인출해 손모 전 총장의 개인 용도로 56억원을 쓴 뒤 나중에 45억원만 반환했다. 손 전 총장은 골프부 훈련용 회원권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교수 임용 비리=경북외국어테크노대는 2001∼2004년 심사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형식적인 면접만으로 교수 90명을 선발했으며 이 가운데 54명은 신문 등에 공고하지 않고 채용했다. 교수 지원자격 미달자도 9명을 임용했다.

대구외국어대도 심사위원의 위촉 없이 설립자 등이 면접을 실시하고 점수를 마음대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교수 10명을 채용했다.

경기대는 교수 채용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의 연구실적을 부당하게 인정하거나 과대평가했으며 교육과정에 없는 전공자나 연구실적이 없는 지원자를 임용하기도 했다.

▽신입생 유치 불법 접대=경북외국어테크노대는 신입생 유치 실적에 따라 ‘학생유치지원금’ 명목으로 교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과 고교 교사 식사 접대나 선물비 등으로 2년간 1억9300만원을 부당 집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실시한 2곳의 전문대 감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지방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유치 경쟁에 따른 고교 교사에 대한 로비 등 비슷한 현상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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