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뭉칫돈이 든 굴비상자를 인천시 클린센터에 맡겨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 온 안상수(安相洙·사진) 인천시장은 3일 본보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요즘 심경과 그동안 자신에게 뻗쳐온 ‘검은 유혹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는 솔직히 돈 전달자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뇌물 파문에 연관돼 제 이름이 계속 뉴스에 오르내리니 참 난감합니다. 아무런 다른 의도 없이 클린센터에 (돈을) 맡겼는데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안 시장은 이어 “2002년 시장선거가 치러지기도 전부터 금품 유혹이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20여차례 금품 제공 유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중엔 인천뿐만 아니라 외지 기업도 많았다”며 “돈을 받지 않으니 ‘서운하다’ ‘믿지 못해서 받지 않나’라는 뒷말이 흘러나왔다”고 회고했다.
“어떤 사람은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3, 4차례 더 찾아와 금품 제공 의사를 비치더군요. 실력 없는 사업가들은 아예 동업을 제의해 왔고요.”
이 대목에서 안 시장은 “두세 개 팀이 동업을 제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해 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으로서 약간의 도움을 주면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였다”고 보충 설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해온 로비 유형은 △동업 제의 △뒤탈을 우려한 보험 가입 △공사 계약 성사나 완공 시점에서의 리베이트 제공 약속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굴비상자가 배달된 정황에 대해 여동생 진술과 차이가 있는 점과 관련해 안 시장은 “부재중에 불가항력적으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동생에게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말해 혼선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여동생이 딸아이가 왔는 줄 알고 문을 열어주고 돌아섰는데 어떤 남자가 상자를 밀어 넣고 도망치듯 갔다고 한다”며 “‘시장과 얘기된 것’이라는 말은 언론 공개 과정에서 비서진에 의해 덧붙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시장은 이어 “상당수 지역에서 시장과 도지사를 상대로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됐다”며 “단체장들이 얼마나 쉽게 금품 로비에 노출돼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인천에선 앞으로 10여년 동안 200조원 규모의 건설공사가 진행돼 공직자들에게 금품 유혹이 많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비리 풍토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시장은 또 단체장의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하도록 한 현행 법규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장의 법정 선거비용이 12억원인데 이 가운데 9억원은 국고에서 보조됩니다. 나머지 3억원은 소속 정당 시지부를 통해 모금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실행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력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월급에서 200만원씩 적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는 “국고에서 100% 지원하거나 일반 정치인처럼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해야 단체장이 검은 로비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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