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57)는 부산의 한 세무서와 공기업 등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부인과 사별, 외동딸(30)과 함께 서울로 이사왔다.
딸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 1등을 도맡아 하며 최연소로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일이 힘들고 승진도 잘 안 된다"며 지난해 5월 8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 양평동 옥탑방에서 아버지 A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가난에 수입조차 없던 부녀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열풍이 불고 있던 '10억 만들기'의 꿈에 빠졌다. 그리고 딸이 퇴직금으로 받은 5000만원으로 1년 내 10억원을 벌지 못하면 동반 자살을 하자고 약속한 것.
이들은 퇴직금의 절반은 로또 복권에, 나머지 절반은 주식에 투자했지만 2000여만원을 들여 산 로또 복권은 고작 300만원 가량의 당첨금으로 돌아왔고 주식가격도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퇴직금을 탕진한 부녀는 '살기 싫어 간다. 갈 때가 돼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지난달 22일 딸이 먼저 집안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딸의 시신을 수습한 뒤 술을 치사량까지 마신 채 쓰러졌다. 그러나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이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A씨를 병원에서 체포해 자살방조 혐의로 4일 구속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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