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보다 진하더군요”…입양 국제콘퍼런스 열려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59분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피보다 진합니다.”

미국으로 입양돼 현지에서 주의회 상원의원과 대학교수의 반열에 오른 신호범(미국명 폴 신) 미국 워싱턴주 주의회 부의장은 입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신 부의장은 역시 한국 출신 입양인으로 미국 네바다대 교수가 된 캐틀린 버기스트(여)와 함께 내한해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입양 국제콘퍼런스’에 참가했다.

신 부의장은 이날 ‘입양은 축복이다’를 주제로 특강을 했으며 버기스트 교수도 국외 입양을 주제로 강연했다.

신 부의장은 “미국인은 입양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비록 소수민족이라 위축될 수는 있지만 해외 입양으로라도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부의장은 1935년 태어나 고아로 자라다 18세에 미국에 입양됐다.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메릴랜드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계로 진출, 1998년 워싱턴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버기스트 교수도 태어난 지 20개월 되던 1963년 미국 가정에 입양돼 하와이로 건너갔다. 목사였던 양아버지를 따라 인도와 영국 등 여러 나라를 거쳐 미국 오하이오주에 정착한 그는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됐다.

이국땅에서 기반을 잡은 이들은 모두 한국 아이를 입양해 자신들이 양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베풀고 있다.

버기스트 교수는 “한국에 여러 번 왔지만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찾기를 번번이 포기했다”며 “하지만 나에게 생명을 주었다는 것과 어렵게 입양을 결심하게 된 용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사회복지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입양기관 관계자와 해외 양부모, 사회복지학자 등 360명이 참가해 국내 입양, 해외 입양의 현황과 대안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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