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만에 하나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형법이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국보법 폐지에 앞서 대응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국가단체 가입 및 가입 권유 혐의=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폭동 목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친북활동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없다.
가령 북한노동당 가입 원서를 쓰거나 이를 권유했을 때 현행 국보법은 반국가단체 가입 및 가입권유 혐의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폭력시위를 벌이지 않는 한 현행 형법으로는 처벌이 힘들다. 북한의 노동당 노선을 따르는 단체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해산을 명령할 권한도 없다.
또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국보법상 반국가단체이지 적국이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형법상 외환죄와 일반 이적(利敵)죄 등으로는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단체를 처벌할 수 없다.
중국이나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와 연대해 ‘세계 혁명’을 주창할 경우에도 현행 형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적단체 구성 가입 및 찬양 고무죄=현 국보법은 한총련이 북한의 입장에 서서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해 이적단체 구성 가입죄와 찬양 고무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이 8월 30일 한총련 조직원 2명에 대해 실형을 확정한 것도 바로 이 찬양 고무죄를 적용한 것이었다.
이 규정이 없어질 경우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찬양 고무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는 것. 공안부 검사들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간첩 잡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 형법으로 국보법 대체할 수 있나=여권은 “반국가단체와 찬양 고무죄 등 핵심 규정을 형법에 그대로 옮겨놓으면 현행 법체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특별법에 담아야 할 내용을 일반법에 무작정 흡수하는 것은 법체계상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한 공안통 검사는 “독일은 우리나라의 헌법격인 기본법에 국가안보에 관한 규정이 적시돼 있고 일본에는 공안 조례가 있으며 분단상황인 대만에도 국가안위법이 있다”고 말했다.
국보법이란 북한과의 관계에 관한 우리 고유의 법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두고 있는 기본법과 같은 만큼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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