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임은 1990년대 후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이었던 김귀식씨(71)와 이규삼씨(73) 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60, 70대의 전직 초중등 교사 8명이 소속돼 있다.
이날 회견에서 이들은 현직 교사일 때 자신들이 일선 학교에서 직접 담당했던 이른바 ‘반공교육’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참회선언문’에서 “당시 교사들은 수구냉전적인 반공교육을 거부하지 못하고 평생 교단에서 부끄럽게 살아왔다”면서 “아직까지도 교육 현장에 남아 있는 반공 요소들을 없애고 이로 인한 반인간적 제약을 묵인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반공교육은 국보법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로 교사가 과거사와 진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서 “국보법은 교사와 학생을 반공이데올로기의 초라한 희생물로 만들었던 주범인 만큼 꼭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로교사들은 반공교육을 군사정권이 일선 초중고교 전반에서 시행한 일종의 ‘사상교육’이라고 평가했다. ‘때려잡자 공산당’ ‘박살내자 북괴군’ 등의 표어가 담긴 포스터 그리기와 각종 반공사상을 담은 글짓기 및 웅변대회, 교과서마다 붙어있던 ‘우리의 맹세’ 등으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반공교육이 이뤄져 왔다는 것.
이날 원로교사모임에는 1982년 이른바 ‘아람회 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해직교사 정해숙씨(72)도 참여했다. 아람회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 육군대위, 교사, 대학 강사 등이 5·18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내란 음모 기도 혐의로 구속된 사건. 당시 구속된 대위의 100일된 딸 이름이 ‘아람’이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복합적인 이유로 벌어졌던 과거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원로교사들의 참회선언이 일부의 소수의견일 뿐 교원 전체의 의견으로 잘못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국교총의 한재갑 대변인은 “반공교육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음은 인정하나 남북관계의 현실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이지 단순하게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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