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논란]경찰 “고의적인 국보법 무력화 시도”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3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발언을 계기로 국보법 존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민중연대 인터넷 홈페이지(www.minjung.or.kr)에 ‘김일성 일가족 전설집’이 게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글파일로 제작된 이 전설집은 정보통신부 관계자 등 공무원을 포함한 네티즌들에게 e메일을 통해 전송되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내용=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민중연대 홈페이지의 참여마당 자료게시판에 6일 오후부터 김○○씨의 이름으로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는 제목의 전설집이 게재됐다.

전설집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백두산 전설 1∼3’,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백두산 전설’,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어머님의 백두산 전설’ 등 총 5개 파일로 구성돼 있다.

전설집은 90∼168쪽씩 총 706쪽이며, 김일성 가족의 탄생기부터 성장과정 등을 일대기 형식으로 서술해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 전설집이 북한의 대남통일전선 전위기구 중 하나인 ‘한국민족민주전선’의 대변 방송인 ‘구국의 소리’ 사이트에도 게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민중연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설집은 ‘미래사상사’라는 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내용이 전재된 것처럼 기재되고,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사=경찰은 이날 정통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민중연대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관련 파일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특히 경찰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담당자에게 이 파일이 e메일로 전송된 사실에 주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보법 개폐 논란이 확산되는 시점에 이런 파일을 게재하고, e메일로 전파하는 것은 고의적인 ‘국보법 어기기 운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중연대 자료게시판은 민중연대가 직접 관여하는 자료실과 달리 일반인이 자유롭게 올리는 ‘자유게시판’과 같은 성격인 데다, 게시자의 IP가 남지 않는 특성이 있어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중연대 관계자는 “전에도 자료게시판에는 친북성향의 게시물뿐 아니라 보수진영의 글도 자주 올라 왔다”면서 “임의로 게시물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적 표현물이 e메일로 전파된다면 내부 협의를 거쳐 게시물 처리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반응=인터넷상에도 이 게시물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개정 내지 폐지를 지지하지만 김일성 전설집이 게시판에 올라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국보법에 대한 대안 없이 무작정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국보법 폐지 여론이 높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이상하다”면서 “국보법 폐지 반대론자들이 일부러 올려놨을 가능성이 있다”며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국민중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백두산 3대 장군 전설집’. 한 네티즌이 6일 오후 3시40분경부터 3회에 걸쳐 올렸다. 한글 파일로 된 전설집은 각각 150쪽 분량으로 대부분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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