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밑 서울河川 되살린다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44분


오랜 세월 동안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 갇혀 숨죽여 온 서울 도심의 시냇물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된 서울 도심의 하천들을 복원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7일 밝혔다.

내년 9월 5.8km의 청계천 복구공사가 끝나면 과거 도심 곳곳을 흐르다 복개된 31곳의 작은 강과 시냇물에 대한 복원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시는 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해 복개하천의 복원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잃어버린 서울의 하천들=현재 서울 시내에서 전면 복개됐거나 부분 복개된 하천은 작은 강에 해당하는 법정하천 24개, 시냇물 크기인 소하천 2개, 기타 5개 등 31개다.

이 가운데 전농천 면목천 정릉천 우이천 성북천 월곡천 등 19개의 하천이 청계천으로 흐르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성북천과 정릉천으로 흘러들고 이어 중랑천을 거쳐 청계천에 모인 뒤 한강으로 흐르는 것.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이상배 박사는 “서울 시내 하천은 일제강점기부터 복개되거나 매립돼 상당수 시민들이 자기 동네에 하천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 방법 및 예상되는 난관들=시정연은 31개 복개하천과 그 주변의 토지 이용현황, 하수도 시설물을 조사해 우선 복원 순위를 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시정연의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기본 계획을 수립한 뒤 해당 자치 구청 및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2010년까지 적어도 2, 3개의 하천을 복원할 예정이다.

복개하천을 원형 그대로 복원할지, 아니면 현실에 맞게 도시하천으로 재조성할지는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나갈 방침.

그러나 대부분의 복개하천 위에 도로, 주차장, 가옥 등이 있어 해당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보상하는 문제가 큰 난관이 될 전망이다.

또 상당수의 복개하천은 하수구로 이용되고 있어 하수관을 별도로 만드는 공사도 병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시정연은 △도로로 이용 중인 복개하천의 교통량 및 우회도로 신설 가능 여부 △복개 이전의 하천 이용 행태 및 민원 사항 △일부 복개되지 않은 구간의 동식물 서식 현황 등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

시정연 김갑수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9월까지 서울 시내 하천 24곳을 조사한 뒤 몇 개의 하천이 복원 가능한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2021년까지 약 2500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복개하천의 복원은 서울을 친환경도시로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러나 하천 복원을 위해 도로를 뜯어낼 경우 청계천 복원공사에서 나타난 교통체증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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