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기업들이 스스로 내건 캠페인 광고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낸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우리는 깨끗한 사회를 지향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냈다면 실제 그 기업이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식이다.
그의 감시망에 걸려 체면을 구긴 대기업들이 꽤 있다. SK그룹은 2년 전 시각장애인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를 내세워 “넘고 싶은 건 1m63의 높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장애인을 많이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광고였다. 그러나 당시 SK그룹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0.23%. 법정 의무고용비율 2%는 물론 30대 그룹의 평균 장애인 고용비율 0.91%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를 지적하자 SK측은 “지속적으로 장애인 고용비율을 높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KTF의 광고 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구는 유행어가 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KTF는 신입사원 채용 때 ‘○○년 ○월 이후 출생자’라고 응시자격을 제한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그 뒤 연령제한 규정은 사라졌다.
이 밖에 홈쇼핑에 ‘믿음을 더했다’고 광고했다가 소비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 TV홈쇼핑 업체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강조하면서 자사 임직원에게 휴대전화 강제판매를 독려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LG텔레콤 등도 신씨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공정위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기업들 스스로 광고대로 행동하길 바랍니다. 표리부동은 곤란하죠. 문제를 지적하면 일부 기업들은 광고를 잘못 만들었다며 버리려고 하는데 그것은 더 안 되죠. 광고의 이상을 지향해야지 후퇴해서야 되겠습니까.”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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