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이렇게 자라다니….”
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난달 중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동료들과 함께 고향인 부산에서 음악회를 열었던 한국계 입양아 캐롤라인 존스턴(한국명 홍유진·22·여·사진)이 22년 만에 극적으로 친아버지를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존스턴씨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 금정구 노포동 남광종합사회복지관(옛 남광아동일시보호소)에 따르면 그가 친아버지를 만난 것은 3일. 출국을 이틀 앞둔 이날 오후 7시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비치호텔 식당 별실에서 친아버지 김모씨(53·과일도매업)를 만난 존스턴씨는 “파더”라고 울먹이며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많이 닮았구나.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너를 찾을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를 용서해라.”
아버지와 딸은 10여분간 부둥켜안고 그동안의 그리움과 한을 말 대신 가슴으로 나누었다.
이날 비공개 만남에는 미국인 양어머니 줄이라 존스턴(61)과 존스턴씨가 미국으로 입양될 당시 보살펴줬던 복지관 박서춘 관장 등도 참석했다.
복지관측의 간단한 확인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얼굴형과 눈매, 코 등으로 볼 때 누가 봐도 부녀간이었다. 이날 부녀는 짧지만 4시간 동안 잃어버린 22년의 세월을 더듬었다.
당시 조그만 공장을 경영하던 김씨는 여직원과의 사이에서 딸을 얻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딸은 남광아동일시보호소에 보내져 보살핌을 받았으며 엉덩이의 붉은 반점 때문에 ‘홍유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홍유진은 생후 9개월 만인 1983년 11월 29일 미국으로 입양됐다.
“꿈에라도 친부모를 꼭 만나보고 싶다”던 존스턴씨는 지난달 16일 줄리아드 음악원에 다니는 박정아양(19·피아노)과 노마리(22·바이올린) 옥지수씨(22·첼로) 등 한국 여자 유학생 3명과 함께 복지관에서 ‘부모 찾기 연주회’를 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100여통의 문의전화가 걸려 왔다. 그중 김씨가 ‘엉덩이에 붉은 반점’이 있다는 신체적 특징을 정확히 이야기해 그가 생부라는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상봉 이튿날에도 하루 종일 부산과 경남 일원을 다니며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존스턴씨는 5일 출국하면서 “평생의 한이 풀리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때 올 테니 엄마를 꼭 찾아 달라”면서 아버지가 사준 옷과 신발 등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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