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카지노 증설의 딜레마

  • 입력 2004년 9월 8일 21시 15분


정부는 내년 하반기 부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한 곳을 추가로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행산업의 확대라는 비난여론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 호텔업계는 정말 카지노 인가가 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카지노 인가 발표가 번복됐던 적이 있는데다 이번 발표에서 선정방식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가권이 주어진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발표하는 날까지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지, 호텔은 어떻게 선정해야 할지에 대해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호텔 카지노 담당자는 “도대체 선정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호텔들이 소모전만 벌이다 정치논리와 기존 업체의 로비로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의 특급호텔들은 1988년부터 수십 차례 정부에 카지노 설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88올림픽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지어진 하얏트호텔(현 메리어트)은 당시 내인가까지 받고 카지노 시설을 만들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취소됐다. 이후 롯데호텔과 해운대그랜드호텔도 카지노 유치를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2001년 2월 정부는 카지노 신설 방침을 흘렸다. 호텔들이 다시 시설을 확보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유치전에 나섰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공염불이 됐다.

이처럼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한국관광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호텔은 시설만 빌려주는 형식이다. 느슨한 공기업 생리 때문에 카지노가 적자만 내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호텔 기획팀장은 “국내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서울과 부산 2곳뿐”이라며 “자칫 시너지 효과는커녕 카지노 업계가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고 말했다.

카지노의 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정방식과 효율적인 운영이 더 절실하다는 호텔업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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