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광주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서하라씨(27).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만나 11개월 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신부 서씨는 “처음 이름만으론 신랑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며 “하지만 서해교전 당시 이야기와 지난해 모 마라톤대회에서 5km 구간을 목발을 짚으며 뛰었다는 말을 듣고 교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해교전 때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부정장(부지휘관)이었던 이 대위(당시 중위)는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에 정장 윤영하 소령이 숨지고 자신도 오른쪽 다리에 유탄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부하들을 지휘했다.
그의 지휘에 따라 참수리 357호는 신속한 대응 사격에 나섰다. 격렬한 전투 끝에 북한 경비정은 수십명의 인명 피해와 기관이 파손된 채 다른 경비정에 예인돼 돌아갔다.
이 대위는 이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1년 만인 지난해 6월 의족과 목발을 하고 해사 해양연구소로 현역 복귀하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격려 전화를 하기도 했다.
서씨는 “신랑이 다리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늘 밝게 생활했다”며 “청혼을 할 때 ‘당신에게 정박하겠다’는 말과 함께 닻 모양의 귀걸이를 건네자 도저히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씨의 아버지 서용택씨는 “우리 집안도 하라의 할아버지가 6·25전쟁에, 큰아버지가 베트남전쟁에 각각 참전해 전사한 국가유공자 집안”이라며 “사위는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자랑스러운 젊은이”라고 든든해 했다.
이 대위는 “처음 장인을 뵈었을 때 ‘신체가 아니라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단하다’며 격려해 주셔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주위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이 대위는 내년 3월부터 모 대학에서 심리학 위탁교육을 받을 예정이며 졸업 후에는 해사에서 후배 사관생도를 가르칠 계획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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