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할머니는 제주 4·3사건이 발발한 이듬해인 1949년 1월 북제주군 한경면 판포리에서 경찰과 무장대가 대치중인 상황에서 총을 맞아 턱을 잃었다.
진 할머니는 그 고통을 감추기 위해 사건이 난 뒤부터 평생 턱에 무명천을 두르고 생활했다.
남들 앞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물 한잔을 마실 때에도 천을 풀지 않았다. 음식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
진 할머니는 1990년대 제주 4·3사건에 대한 ‘제주 4·3연구소’ 등의 진상 규명 작업 등으로 인생역정이 알려진 뒤부터 ‘무명천 할머니’로 불렸다. 진 할머니는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 자주 등장했으며 고통 받은 상흔이 시(詩)로 표현되기도 했다.
한 평생을 진통제에 의지해 북제주군 한림읍 월령리에서 살았던 진 할머니는 2년 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인근 ‘성 이시돌 요양원’에서 지냈다.
눈을 감은 뒤에야 무명천을 벗은 진 할머니는 9일 오전 성 이시돌 요양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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