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의 학생선발권 인정하라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30분


새 입시제도가 발표된 이후 학력격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전환되면 대학입시는 내신 위주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내신은 ‘성적 부풀리기’ 같은 신뢰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고교간에 큰 편차를 보이는 학력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도 있다.

그렇더라도 같은 점수를 기록했을 경우 동일한 실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내신 위주의 입시는 불합리한 측면이 많고 역차별을 초래하기 때문에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허용해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서울의 고교 사이에도 같은 시험을 치렀을 때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70점을 기록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44점을 기록한 학교가 있다는 자료가 공개된 것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학력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같은 내신점수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답변이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새 입시제도가 자초한 것이다. 전국의 수험생이 같은 날에 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치러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수능시험을 무력화시키니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변별력 있는 평가방법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의 실력을 점수화 차별화할 수밖에 없는 입시에서 정부가 한 쪽 수단을 억누르면 다른 한 쪽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해결 방안은 대학에 입시의 자율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학생선발권은 대학 고유의 권한인 만큼 이젠 대학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대신에 대학은 다양한 학생선발과 함께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해 사회적 책임에 부응해야 한다.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어제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원래 대학이 지닌 선발권을 새삼 확인한 셈이지만 늦게라도 제 목소리를 낸 것은 다행이다. ‘개혁’을 외치는 정부가 1970, 80년대 군사정권처럼 국가통제적인 입시를 강요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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