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37>6년째 노인무료급식 이정순씨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42분


강원 춘천시 신사우동 동사무소 2층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이정순씨가 8일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춘천=최창순기자
강원 춘천시 신사우동 동사무소 2층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이정순씨가 8일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춘천=최창순기자
“어서들 오세요. 많이 드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8일 낮 12시반 강원 춘천시 신사우동 동사무소 2층 노인 무료급식 행사장.

신사우동 지역사회봉사단 이정순(李貞淳·59·여) 고문이 행사장을 찾은 노인들을 부축해 빈 자리로 안내했다. 50∼60명의 노인은 봉사단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노인들은 식사를 마친 뒤 행사장 한편에 임시로 마련된 의자에서 머리를 깎거나 미용봉사를 받기도 했다.

이 행사는 이 동네 봉사단이 노인을 위해 매월 둘째 주 수요일마다 여는 무료급식 행사.

봉사단은 1998년 이씨가 뜻을 같이하는 지역주민 30명과 후원회원 30명 등 60명을 모아 조직했다. 6년째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해 오던 이씨는 5월 단장 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가 노인봉사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된 동기는 자신의 부모가 말년에 사업이 잘못 돼 가세가 기울면서 쓸쓸한 노년을 보낸 게 늘 가슴 한구석에 남았기 때문이다.

“생전에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지요. 속죄하는 뜻으로 앞으로도 노인봉사 활동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매달 무료급식 행사장을 찾는 노인은 줄잡아 70∼80명. 최근에는 오고 싶어도 거동이 불편해 못 오는 노인들을 위해 젊은 봉사단원으로 차량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신사우동은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준도시지역. 직장인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아 외롭고 쓸쓸하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 그런 탓으로 최근에는 말벗을 찾으려고 참석하는 노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늘 참석하던 노인이 보이지 않으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무슨 변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지요.”

무료 급식행사는 이제 평범한 어느 시골마을에서 젊은 아낙과 할머니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을 당부하는 화기애애한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 활동 등 30년 넘게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이씨는 2002년 3월 국무총리상(봉사), 2000년 1월 춘천시민상(지역사회), 1999년 12월 행정자치부장관상(자원봉사자)을 수상했다.

이씨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노인을 홀대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며 “노인들이 공경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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