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딸의 친어머니 김모씨(42)가 “남편을 엄벌해 달라”며 손가락을 잘라 재판부로 보내 세간을 놀라게 한 이른바 ‘단지(斷指)사건’.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이호원·李鎬元)는 10일 “피해아동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성폭행 당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유죄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유죄 의심이 들더라도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적인 증거는 피해자인 S양(15·당시 6세)의 진술. 1심과 항소심 법정에서 S양은 “강제로 성폭행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1995년 5월 당시 6세에 불과했던 피해아동이 성인 남성에게 정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심각한 상해를 입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당시 S양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다는 것.
또 S양의 진술대로 노씨가 수백 회에 걸쳐 성폭행을 했다면 S양의 신체에 그로 인한 상처가 남아 있어야 하지만 의사의 진단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
재판을 지켜본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李美京) 소장은 “근친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혐오감과 친근감을 함께 갖는 이중심리를 띠게 되기 때문에 겉보기에 피해자는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재판부가 근친간 성폭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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