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교육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담합 각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02년 제4대 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전체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전 후반기 의장, 부의장에 특정 인물을 찍기로 사전합의 하는 등 ‘나눠먹기식 합의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 때문에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번 각서는 지난달 실시된 후반기 교육위 의장단 선거에서 손정선 위원이 합의를 파기한 채 의장에 선출되면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불거지자 손 의원은 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이번 각서 파문은 ‘교황식 선거’가 잘못 운용되면 어떤 폐해를 낳을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
‘교황식 선거’의 폐단은 이 뿐 아니다.
광주시의회는 7일 임시회에서 반명환 의장의 사퇴권고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월9일 실시된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 빚어진 후유증 때문.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6명은 “우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반 의원(민주당 소속)이 약속을 깨고 후보로 나서 당선되자 도덕성을 문제 삼아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사퇴권고안이 가결됐다.
또 광주 남구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 간에 담합 거래가 무산되자 2년 전 선거의 금품제공 사실이 폭로되면서 7일 정모 의원(52)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전남지역에서 이번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의원 7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자율적인 인물 검증이라는 교황식 선거가 로비와 담합의 장으로 변질된 것은 의장에 주어진 권한이 지나치게 큰데다 선거 감시자 없이 ‘그들만의 선거’로 치러지기 때문.
광주YMCA가 지난 7월 시의회와 5개 구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공개적 검증절차가 없는 현행 선출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자치가 정착되는 과정은 이처럼 멀고도 험한 것인가.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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