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2008학년도 大入부터 독서-논술이 당락좌우

  • 입력 2004년 9월 12일 17시 11분


현 중학교 3학년부터 대상이 되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 중에는 학교에서의 독서 활동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과별로 교사들이 교과 공부와 관련이 있는 독서 매뉴얼에 따라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키고 그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자세히 기록한다는 것이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9등급으로만 주기 때문에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지금보다 낮아지는 대신 논술과 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평소 다양한 독서를 통해 수준 높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서 유리할 수 있게 되는 등 학생들의 공부 방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서가 중요하다고 해서 단순히 책만 많이 읽는다고 쓰기, 말하기 능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영어 수학 등 일반교과와 마찬가지로 독서와 토론, 논술도 학습 방법을 제대로 익히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토론이란=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다. 제시하는 근거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뒷받침해야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토론은 먼저 자신의 생각 혹은 입장을 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입장을 정한다는 것은 가치의 선택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대안들을 찾아보고, 그 대안들을 선택했을 때의 결과를 예상해 보아야 한다. 그 결과가 자신의 가치와 가장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대안을 자신의 입장으로 삼는다. 자신의 입장이 정해지면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근거는 자신의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찾아야 한다. 흔히 자신의 근거만을 생각하고 토론하다가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근거 제시나 잘못된 근거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억지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말하기의 실례=1988년 서울올림픽 때 벌어진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자. 부산 수영만에서 요트경기가 열렸다. 1등으로 달리던 요트가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갑자기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에 빠진 선수들은 허우적거렸고 뒤따르던 선수들은 크게 당황해 어쩔줄 몰랐다. 2등으로 달리던 요트의 선수들은 물에 빠진 선수들을 구할 것인지, 그대로 나아갈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했다. 당신이 뒤따르던 선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유를 들어 토론해 보자.

먼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물에 빠진 선수들을 구하는 것과 그냥 지나치고 경기에 전념하는 것이다. 선수를 구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경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물에 빠진 선수들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금메달을 따는 행위가 된다. 생명이 먼저인가, 메달이 먼저인가?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경기를 중단했다면, 생명과 메달을 비교하고 생명은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임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놓쳐버린 메달은 다음 올림픽에서 딸 수 있지만 잃어버린 생명은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를 계속했다면 메달 그 자체보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의 자세가 무엇보다 우선함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요트 경기는 항상 물에 빠질 위험이 있고, 그러한 위험에 대한 책임은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대회 운영자측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TV토론 활용하자=중학생 이상 학생은 TV 토론을 유심히 보고 평가를 해 보자. 각 방송국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생방송 TV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의 주제가 자신의 수준에서 이해할 만한 것이라면 열띤 토론의 현장을 보면서 토론자들을 평가해 보는 것이 좋다. 토론 능력과 추론적 사고를 기르는 좋은 기회가 되고, 시사문제에 관한 많은 배경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평가의 항목을 정해 놓고 첫 주에는 한 가지 기준에 집중해 평가해 보고, 차츰 항목을 늘려 가면서 토론자들에게 점수를 매겨 보면 평가가 더욱 재미있어질 것이다. 평가항목에는 ‘주제 파악의 정확성’, ‘근거의 타당성’, ‘설득력’, ‘초점의 명료성’, ‘토론 태도’, ‘창의성’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글쓰기=논술 연습은 문단 쓰기로 시작해야 한다. 논리적인 글은 형식적으로 본다면 문단쓰기의 연속이다. 문단이란 대부분 세 종류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종류의 문장이란 ‘핵심 문장’, ‘핵심 문장과 관련한 중요 정보가 들어 있는 문장’, ‘부수적인 정보가 들어 있는 문장’이 그것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 문단에는 한 개의 핵심문장만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비문학의 글을 읽고 문단을 세 종류의 문장으로 구별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병행한다면 문단의 구성을 파악하고 조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종류의 문장을 적절하게 섞어 쓰는 문단쓰기가 능숙해지면, 근거들을 여러 문단으로 구성하는 긴 글쓰기가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토론과 논술은 논리성과 창의성 같은 깊은 사고의 표현이다. 그러려면 꾸준한 독서를 통해 배경 지식을 쌓아야 한다. 폭넓은 독서와 그 내용을 기초로 한 토론, 토론의 결과를 자신의 시각으로 정리하는 논술의 과정이 연결된다면 토론과 논술 능력은 크게 신장될 것이다.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독서활동 평가 문답풀이▼

학생의 독서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될 경우 학생 개개인의 독서량과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점수화할지 궁금증을 갖는 학부모가 많다.

―교과별 독서활동은 언제부터 학생부에 기록하나.

“교육부는 내년부터 2006년까지 독서 매뉴얼을 개발하고 교사 연수 등을 실시한 뒤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학생부에 독서활동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부의 독서활동 기록은 2010학년도 대입전형부터 반영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교과별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관련 도서를 읽으라는 취지다. 따라서 분야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책을 두루 읽어야 하기 때문에 독서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은 국내외 고전문학, 역사 관련 과목은 ‘역사란 무엇인가’ ‘사기’ 등의 도서가 선정될 수 있다. 학년별로 수준에 맞는 도서가 선정된다.”

―독서의 질적인 면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아직 구체적 평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이 특정 서적을 읽었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밀도 있게 읽었는지도 평가할 방침이다. 온라인으로 해당 서적에 대한 내용을 파악했는지 시험을 치르거나 독후감을 쓰고 교사가 인증을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필독 권장도서는 누가, 어떻게 선정하나.

“독서교육 관련 단체나 각 시도교육청 등이 마련한 권장도서 가운데 교과별로 엄선해 선정한다. 그러나 학교별 또는 교사별로 권장도서를 선정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교사 개개인의 성향이나 교사가 속해 있는 특정 교원단체의 성향이 도서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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