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머릿속에 개념과 구조가 형성돼 있어야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포장이사처럼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다른 사람이 만든 구조를 외우면 문제 해결력과 독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학년도 이후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별 논술, 구술, 면접고사 비중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리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숭실대 수학과 황선욱 교수는 “어릴 때부터 교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직관력과 공간 구조 파악 능력 등이 발달하고 원리 파악을 비롯해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혼자 공부하면 제한적인 사고를 하기 쉬우므로 수학은 혼자 공부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벗어버려야 한다”며 “남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객관화하는 훈련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생활 속에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숫자 계산은 기본=사칙연산은 수학의 기본이다. 지나치게 계산 위주의 수학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부모 중에서는 아이의 계산 능력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숫자 계산이 잘 안 되는 아이일수록 금방 수학에 짜증을 내기 쉽다. 때문에 반복해서 계산 능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아이에게 물건값과 거스름돈을 계산하도록 해 보자. 사칙연산이 실생활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 준다. 또 ‘사칙연산을 활용해 1, 2, 3, 4 네 개의 숫자로 12를 만들어보기’ 등의 놀이를 해 볼 수 있다.
▽손을 적극 이용하기=사물의 숫자를 셀 때 눈으로만 하기보다는 손을 이용하면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손으로 사탕을 하나씩 옮기거나 ‘둘 넷 여섯 여덟 열’ 혹은 ‘다섯 열 열다섯’ 식으로 단위를 달리해서 세 보도록 하자. 또 사탕을 한 움큼 쥐었을 때 대략 몇 개인지를 유추해 보면 어림셈에 대한 감각도 키울 수 있다.
집에 있는 밀폐 용기를 크기대로 쌓아보거나 크기를 비교, 어느 통에 사탕이 몇 개나 들어가는지를 확인해 보면 크기와 부피의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블록 쌓기 놀이는 손가락 조작을 통해 두뇌를 발달시키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약도 그리기=집에서 학교 혹은 특정 가게까지 평소 다니는 길의 약도를 그려보도록 하자. 주변 상황에 대한 관찰력과 공간 구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집 앞 계단은 몇 개인지, 골목길 오른쪽에 무엇이 있는지, 죽 늘어서 있는 가게들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물건을 파는 곳인지 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가게의 종류를 나눠본다면 자연스럽게 분류 체계도 익히게 된다. 또 특정 지역에서 아이 혼자 스스로 집에 찾아오도록 하면 관찰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숭실대 수학과에서 유아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창의력 수학교실(www.funmath.net), 전국수학교사들의 모임인 수학사랑(www.mathlove.org), 한국창의력교육개발원이 개발한 수학적 창의력 보조프로그램(www.joymath.net) 등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 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창의력 수학교실 놀이학습▼
▽기하판=네모난 판 위에 바둑판과 같이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못이 박혀 있는 것이 기하판. 못에 색깔 고무줄을 끼워보면 다양한 형태의 도형을 만들 수 있다. 가령 ‘삼각형을 만들되 고무줄이 5개의 못에 닿도록 하기’와 같이 조건을 만들어 놀이를 해 볼 수 있다.
또 특정 도형을 만든 뒤 이와 대칭되는 형태의 도형을 만들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배, 비행기 등의 작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고무줄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칠교판=정사각형을 7개 조각으로 나눈 판이다. 삼각형 사각형 등의 모양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 내리면 벽면을 장식한 다양한 그림이 칠교판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기회가 되면 한번쯤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칠교판을 이용해 사람, 동물 등의 형태를 만들어 보면 통찰력과 직관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띠를 이용한 다면체 접기=색상 종이로 만든 띠를 이용해 별, 학알 등 다면체를 접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각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정교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집중력과 침착함을 길러줄 수 있어 산만하거나 덜렁거리는 아이들에게 권장할만하다. 종이 접기는 다음 단계에 할 일을 알아야 종이를 세게 누를지 약하게 누를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단계별 예측 능력을 키우는데 좋다. 색종이를 접은 뒤 가위로 자르면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거꾸로 특정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위질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상상력을 늘어난다. 종이띠의 폭은 3cm정도로 넉넉한 것이 좋다.
▽조각 이불 만들기=퀼트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이용해 이불이나 보자기를 만들어 보면 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클립 퍼즐=색깔 클립을 이용해 끼우기 놀이를 해 볼 수 있다. ‘빨간색이 노란색 클립들 사이에 들어가기’, ‘빨간색과 노란색은 이웃하지만 초록색은 서로 대칭이 되도록 원 만들기’ 등의 조건을 줄 수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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